비지스, 현대적 감각을 버무린 새로운 하모니

김기영의 <음악파일 5>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다

등록 2001.05.06 00:27수정 2001.05.0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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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팔린 음반판매량이 1억장이 넘는 팝밴드,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 작곡가 명예의 전당 헌액,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브릿 어워즈의 평생공로상 수상…. 이상은 얼마전 새앨범을 발표한 형제 팝밴드 비지스의 간단한 이력이다.

에릭 클랩튼, 에어로 스미스, 제프 벡, 로드 스튜어트 등 노장들의 잇따른 신보 발표속에 끼어있는 비지스의 28번째 정규작 [This where I came in]을 통해 이들 형제들은 보다 감각적인 펑키리듬의 요소와 70년대말 큰 인기를 끌었던 디스코의 요소를 적절히 섞으며 비지스 자신들의 색깔과 대중성 모두를 잡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전성기 시절, 경쟁했던 뮤지션들과 비슷한 잣대에서 평가받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이들 형제들은 파퓰러한 감각의 하모니, 맑은 미성, 흥겨운 리듬감 등 노장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신선함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디스코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She keep on coming',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Technicolor dreams', 두 곡에서 비지스는 이른바 '현대적 복고'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함과 동시에 듣는 이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아기자기한 사운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본작을 통해 비지스가 나아고자 하는 방향을 확실히 알려면 첫 번째 싱글인 'This is where I came in', 'Sacred trust'를 주의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 'This is where I came in'에서 비지스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 속에 록적인 비트를 가미하고 있으며 'Sacred trust'에서는 이들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가성창법을 이용한 화음으로 마치 예전의 히트곡 'How deep is your love'와 비슷한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주고 있다.

즉, 이들은 '안정속의 변화'를 추구하며 대중적인 소프트 록으로의 관심을 조심스레 비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에 발매된 그 많은 신보 중에 비지스의 새앨범 [This is where I came in]을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베리, 모리스, 로빈으로 이뤄진 비지스 3형제의 대중적인 감각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젊은 뮤지션들에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필자는 비지스의 이러한 대중적인 감각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시대를 앞서나가는 실험성과는 거리가 먼 밴드라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파격적인 변신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속에서도 뭔가 비지스만의 고집이 담긴 것이 아닌, 최근의 트렌드를 따라 가기에 급급한 느낌을 몇몇 수록곡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비지스 매니아들에게는 전폭적인 환영을 받을 수 있겠지만 결코 최근의 팝음악씬에 큰 영향을 끼칠만큼의 파급효과를 일으킬 작품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사실 이렇게 비지스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좋고 나쁘고를 평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서두에서 말했지만 이룰 것을 다 이룬 팀에게 너무 완벽한 것을 바라는 것도 지나치지 않을까 하는 것 말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필자처럼 이것저것 신경쓰면서 듣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이 음반을 대하기 바란다. 부담없이 듣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음반은 없을 것이다. 추천곡은 'She keep on coming', 'Technicolor dreams', 'Sacred tr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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