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조간-7월 10일]조선일보 '사이버는 무법천지'

등록 2001.07.09 21:01수정 2001.07.0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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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자 중앙일간지들은 일제히 "9일 일본 정부가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재수정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는 검토결과를 공식 통보해 온 것에 대한 정부의 반응"을 일면 탑으로 주요하게 보도하고 관련기사를 실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최희선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주재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 회의를 열고 △대일 3차 문화개방 연기 △국제사회에서 일본 고립화 등 가능한 대응방안들을 검토해 부처별로 시행하기로 했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정부가 제국주의 시대의 역사기술을 왜곡하면서 98년 한-일 파트너쉽 공동선언의 역사인식을 공식입장이라고 말하는 등 이중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사이버는 무법천지'

한편 조선일보는 사회면 탑 제목으로 "사이버는 '무법천지', 선동…욕설…비아냥 난무"을 뽑았다. 이 기사는 "'익명'을 이용한 사이버 공간의 집단적 언어 폭력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면서 "언론사 세무조사같은 정치적 사안뿐 아니라 사회문화 현안 전반에 대해 다른 의견들은 설 땅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예로 "지난 6일엔 조선일보에 칼럼을 제재한 작가 이문열 씨의 홈페이지가 폭주하는 욕설과 폭언을 견디지 못해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조선일보 '사이버는 무법천지' 기사전문


선동-욕설난무...사이버는 '無法천지'

과자 제조업체인 L제과는 지난 6일 한달 가까이 TV에 내보내던 초코칩 쿠키 ‘칙촉’ 광고를 11일을 끝으로 중단키로 했다. 광고 내용 중 ‘쿠키에 초콜릿이 드문드문한 것과 내 남자친구의 드문드문한 머리가 슬프다’는 부분이 문제였다.


한 대머리 인터넷 동호인 모임에서 이것을 보고 『대머리를 비하했다』고 인터넷을 통해 거세게 항의했다. ‘썩어빠진 X’ 같은 거친 욕설, 격한 폭언과 함께 그룹 사주의 과거사까지 들먹이는 익명의 메시지가 이날만 30여건이 들어왔다. 이 모임 회원들의 사이트에는 “한마디씩 올려 L제과 사이트를 마비시켜 버리자”는 「선동성」얘기까지 나왔다.

인터넷사이트의 글이 흔히 그렇듯 여기서도 상식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사실 저도 대머리지만 이 CF는 단순한 유머같다”는 의견을 올렸다가 “L제과와 관련된 사람 아니냐”는 식의 떼거리 비아냥에 말문을 닫아야 했다.

소비자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 회사는 결국 당일 8시간만에 사과문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1억원이 넘게 들어간 광고였지만, 도저히 설득이 통하지 않아 광고를 중단키로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이용한 사이버 공간의 집단적 언어 폭력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같은 정치적 사안뿐 아니라 사회문화 현안 전반에 대해 다른 의견들은 설 땅을 잃고 있다.

지난 4월말에는 광주광역시의 교육 현안을 놓고 광주시교육청의 게시판에서 교사들이 하루 50여건씩 욕설, 험담을 담은 글을 올리는 일이 벌어졌다. 교육청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교사들까지 입에 담을 수 없는 사이버폭력에 합류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을 던졌다.

모 방송사 국장급 간부인 A씨는 지난달 한 신인가수의 방송 출연 청탁을 거절했다가 “돈과 성상납을 받고 신인 탤런트들을 출연시켰다”는 헛소문에 시달렸다. 가수의 아버지(중소업체 사장)가 직원들을 동원, 이같은 허위사실을 방송ㆍ신문사 인터넷 게시판에 퍼뜨렸던 것이다.

이 밖에도 지난 6일엔 조선일보에 칼럼을 게재한 작가 이문열 씨의 홈페이지가 폭주하는 욕설과 폭언을 견디다 못해 일시 폐쇄되기도 했고, 지난 5월엔 립싱크 가수를 비판한 가수 이은미 씨와 이 기사를 보도한 한 일간지 기자가 인터넷 사이트와 이메일을 통해 들어오는 수백통의 욕설 메시지를 견디다 못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림대 사회학과의 한준(37) 교수는 “논리보다는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한국인의 기질에다가, 모든 것을 적과 동지라는 이분법으로 보려는 최근 사회분위기까지 겹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양상이 계속된다면 사이버공간은 익명을 이용한 폭력적 견해가 난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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