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씨가 촉발시킨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1라운드 주제가 '곡학아세'(曲學阿世)였다면 2라운드의 주제는 바로 '홍위병'. 소설가 이문열씨는 <동아일보>칼럼을 통해 일부언론과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시민운동 세력을 '홍위병'이라고 명명했다.
7월 11일자 가판 신문들은 이문열 씨 '홍위병' 지적에 대해 시론,사설, 데스크칼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했다.
가장 주목되는 기사는 장경섭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쓴 <경향신문>시론 '홍위병을 알기나 하는가'. 장경섭 교수는 "사회주의체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 자기반성을 추구했던 문화혁명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난 홍위병은 방법상의 오류를 드러내긴 했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덩사오핑의 개혁노선도 이러한 자기성찰의 전통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아울러 "민주주의 발전 과정으로 사회각처에서 자기 성찰을 요구하는 마당에 언론(인)도 독립성, 공정성, 책임성, 전문성의 획기적 제고가 필요하며 사주권력과 정치권력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우회적으로 이웃 일본의 역사왜곡 행위와 사주와 법인의 거액 탈세협의로 궁지에 처한 일부신문이 기고가들과 함께 홍위병론을 내세운 일은 닮은꼴이라고 비판했다.
장 교수 글 바로 옆 <경향신문> 데스크 칼럼에는 '이문열을 향한 물음'이라는 글이 실렸다. 김택근 문화부장은 '지식인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지식인은 자기성찰을 할 줄 알고 자기가 믿는 것에도 늘 의심하며 겸손해야 하고 적어도 대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좌우를 살피지 않는 이문열씨의 독선과 시민단체의 합창 정도는 고함소리 하나로 물리칠 수 있는 교만이, 비난이 거셀수록 볼륨을 높이는 문화권력자의 오만의 뿌리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중앙일보>는 "편가르기식 토론 안된다'는 사설을 통해 "색깔론과 지역주의,진보-보수라는 잣대로 편가르기의 패싸움 양상을 드러내는 오늘의 현상은 심히 걱정스럽다"며 심각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토론 행태를 트집잡았다. 특히 요즘 인터넷의 토론방은 익명성을 악용해 걸핏하면 반말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중앙일보>는 "내 의견만 주장하고 다른 이의 견해엔 귀를 막아버린 채 편가르기만 일삼는 식의 토론이라면 없느니만 못하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사회면 박스기사 '언론 세무조사 논쟁 문단으로 불똥 튀다'를 통해 이문열을 필두로 소설가 이인화 씨, 이순원 씨, 유시춘씨가 논쟁에 뛰어든데 이어 소설가 황석영씨가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근 문인들의 신문기고는 언론권력과 문화권력이 적극적으로 결합한 현상"이라고 지적한 내용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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