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여성 로커 '커트니 러브'

<김기영의 음악파일 8> 4인조 록밴드 '홀'의 리더

등록 2001.08.07 23:48수정 2001.08.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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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너바나와 커트 코베인의 그늘에 가려진 채 거론되는 여성 로커 '커트니 러브'(Courtney Love), 그리고 그녀가 이끄는 4인조 록밴드 '홀'(Hole). 그런지의 열풍도 역사의 한 장으로 넘어가버린 지금에 와서 홀의 음악을 다루는 것은 어쩌면 진부한 일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94년, 메이저 데뷔앨범 'Live through this'를 통해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홀은 분명 여타 다른 여성 프론트 우먼을 앞세운 록밴드와는 다른 색깔의, 록 특유의 강렬한 사운드를 앞세웠으며 그 중심에는 팀의 리더 커트니 러브가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거론되는 본작 'Live through this'는 91년, 인디레이블에서 발매됐던 'Pretty on the inside' 이후 3년만에 나온 홀의 메이저 데뷔앨범이다. 기타리스트 에릭 얼랜드슨, 드러머 패티 쉐멜과 베이시스트 크리스틴 페프, 그리고 커트니 러브의 라인업으로 만들어진
본작은 시기적으로 미묘한 지점에 위치해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앨범이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커트니 러브의 남편이자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의 자살은 커트니 러브, 홀, 그리고 본작에 대한 세간의 입방아를 더욱 부풀려놓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업친데덮친 격으로 팀 동료인 베이시스트 크리스틴 페프마저 약물과다복용에 의한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게 되면서 밴드의 지속 여부마저 불투명하게 될 정도였다. 적어도 그 당시 본작이 제대로 된 음악적 평가를 받을 기회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사실 필자는 본작 'Live through this'를 오늘날에 와서 다시 접해봤을 때도 거창하게 이들만의 독자적인 색깔이라거나 메시지 등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본작은 여성 록뮤지션의 음반으로서 커트니 러브 특유의 섬세함과 터프함이 공존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로 시작해 스트레이트하게 몰아치는 'Miss world', 멜로딕한 사운드 진행을 보여주는 'Plump', 수록곡 중 가장 차분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Doll parts', 스튜디오에서의 돌발상황을 가감없이 담아낸 듯한, 라이브를 듣는 듯한 느낌의 'Rock star'에 이르기까지 펑크(Punk)의 원형을 잘 살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 프론트 우먼밴드라면 흔히 연상하는 말랑말랑한 느낌을 철저히 없애고 있다는 것은 본작이 갖는 또 하나의 주목할 점이라 할 수 있다.


이후 홀의 리더 커트니 러브의 행보는 참으로 들쭉날쭉하다. 잇따르는 커트니의 영화출연, 심심찮게 들려오는 스캔들, 그리고 4년여 만에 나온 98년작 'Celebrity Skin'에서 이들은 전작과는 다른 팝적인 사운드를 선보이며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섰다.

그리고 현재 커트니 러브를 비롯한 홀의 멤버들은 내년에 나올 새앨범 작업에 매진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제 언제까지나 커트니가 커트 코베인의 미망인이란 꼬리표를 달고 산다는 것은 홀의 음악을 평하는데 있어 결코 객관적이지 못할것 같다.


편견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어떤 한 대상을 놓고 얘기하면서 '누구의 누구' 식으로 거론된다는 것은 뚜렷한 한계를 갖고 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90년대 밴드 가운데 특히 남성들의 전유물인 록에 뚜렷
한 족적을 남긴 커트니 러브와 그녀가 이끄는 밴드 홀. 이들의 메이저 데뷔작 'Live through this'는 커트니 러브가 거론될 때마다 제일 먼저 논해야 할 앨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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