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매니아의 태도

<김기영의 음악파일 9> 편견없는 태도가 중요하다

등록 2001.09.02 22:12수정 2001.09.0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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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지금껏 음악계에서 종사해오며 매니아들의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접할 수 있었다. 가요에서 팝,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듣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 장르만 파고드는 외곣수들, 또는 MP3로만 음악을 듣는 이들까지 가지각색이었다.

그렇지만 인터넷 상의 음악 게시판에서나 직접 만나보는 매니아들을 통해서나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건 대부분 음악에 대한 지나친 편견과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 이외의 음악에 대한 무관심이었다.


몇가지 실례를 들어보겠다. 중학교 때부터 락에 심취해온 A라는 매니아가 있다. A는 특히 헤비메틀에 심취해오며 웬만한 헤비메틀 명반은 모두 소장하고 있는 '메틀광'이다. 해외 메틀전문지까지 섭렵하며 헤비메틀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열변을 토하는 A지만 그는 메틀 이외의 장르, 이를테면 모던록, 테크노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하다.

좀더 음악감상의 범위를 넓혀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법도 하겠는데 A는 자신이 구축해놓은 울타리를 좀처럼 넘어서려 하지 않는다. 결국 A같은 사람은'반쪽짜리 매니아'밖에 될 수 없는 것이다.

또다른 매니아인 B의 경우를 보자. 그는 철저한 인더스트리얼 매니아다. 나인 인치 네일스를 비롯해 웬만한 인더스트리얼 계열 음반은 꿰차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다른 장르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하다. B도 A의 경우와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두 사람처럼 편협한 매니아들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널려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뮤지션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글을 접하게 되면 무조건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더 나아가서는 이런 글을 쓰는 필자들의 인격까지 무시해가며 인신공격적인 폭언을 가한다. 개방적이지 못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기만의 세계에서 놀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국내 음악에 대해 무시를 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는 흔히 자칭 '락 매니아'라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외국의 락음악에 비해 가요를 무조건적으로 무시한다.


마치 가요를 들으면 수준이 낮은 것처럼 여기는 이상한 풍조를 갖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더 나아가서 가요에 대한 비평을 쓰면 그 비평 자체도 외국 음악에 대한 비평보다 수준이 낮은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철저한 '음악 사대주의'로 자기자신을 가두고 있는 이런 사람들은 '가요는 사운드도 구질구질하고 수준이 낮아서 안들어'하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온라인 상의 음악게시판에서 자기들끼리 음악에 대해 얼마만큼 아는지를 놓고 '장풍대결'에 정신이 없다. 정말 가요가 수준이 낮다면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가요 음반 한장 정도 살 생각은 없는 것일까?

약간의 '감정'이 섞인 글을 쓰면서 매니아들에게 진정 하고 싶은 얘기는 음악에 대한 포용력을 키워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타장르에 대한 이해, 자신과 다른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 한 자칭 매니아들은 '빠순이' '빠돌이'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반을 몇 장 소장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단 몇 장만 갖고 있더라도 한장 한장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느냐이다. 몇 천장 갖고 있다며 남한테 으시대기 전에 자신의 소장 음반 중 과연 얼마만큼 완벽하게 체득한 음반이 있는지 자문해 봐야 될 것이다.

음악을 절대적인 기준에서가 아닌, 편안한 자세에서 듣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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