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의 <뉴스브리핑> 자기 생활수준에 맞춰 기사 쓰는 기자들

등록 2001.09.08 07:42수정 2001.09.0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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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때인만큼 오늘도 정치 뉴스부터 시작할까요?

색깔이 없는 개각

김대중 대통령은 7일 통일부 장관에 홍순영 주중대사, 건교부장관에 안정남 국세청장, 농림부장관에 김동태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노동부장관에 유용태 민주당의원, 그리고 해양수산부 장관에 유삼남 민주당 의원을 각각 임명했습니다.

박준영 청와대대변인은 "안정적 국정운영을 기하면서 개혁과제를 책임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전문성과 개혁성, 추진력을 갖춘 인물을 기용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김대통령은 이어 오는 10일, 당대표로 내정된 한광옥 비서실장 후임인사를 발표하는 등 당과 청와대를 개편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그 폭 또한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 초선 3명 "탈당불사"

한광옥 비서실장이 민주당 신임대표로 내정되자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새벽21' 소속 의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성명에서 "당이 더 이상 특정계보나 대통령의 측근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당의 민주화나 개혁과도 정면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김성호, 이호웅의원 등 2명은 "만약 한광옥 실장이 대표로 임명될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며 방일 중인 정범구의원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한실장은 이미 당 대표로 내정됐기 때문에 바뀔 가능성이 없다"며 이번 내정이 이미 당의 최고위원과 중진, 초재선 의원 등 많은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대응했습니다.


한편 자민련은 7일, "이한동총리가 당과 국민의 뜻을 어기고 당간부나 명예총재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총리직 유임을 결정한 것은 해당행위가 분명하다"며 당총재인 이총리를 만장일치로 제명했습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총재회담 수용"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7일 조건없이 총재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총재는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제1당으로 국민 우선의 정치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김대중대통령과 만나 진지하게 위기극복의 해법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대통령이 8.15 4경축사를 통해 회담을 제안한지 20여일만의 일이고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즉각 환영했습니다.

김대통령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에서 또 한번 불거진 파란을 이총리 유임과 별 색깔 없는 장관 임명으로 적당히 잠재우려 했습니다. 자민련과의 공조가 깨졌어도 그 간의 정책 기조에는 문제가 없다는 선언을 한 셈입니다.

그러나 한광옥 비서실장을 당 대표로 내정하자 불길은 당 내부로 옮겨 붙었습니다. 이른바 빅3의 교체로 상징되는 당정쇄신을 요구했던 개혁파로서는 이한동 총리를 사정 사정해서 붙잡고 한광옥 비서실장이 자리만 옮겨 앉는 것을 볼 수 만은 없었겠죠.

나아가서 박지원 수석의 비서실장 임명설까지 나돌았으니 이들의 행동이 거칠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현재 돌아가는 판세로 봐서는 '반란'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공산이 짙습니다. 초재선 의원들도 각각 기존 계파나 대선후보와 선을 대고 있기 때문에 통일된 행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소 냉담하기는 하지만 초선의원들의 반발을 당내 역학관계와 연관해서 분석한 한겨레 신문의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동교동계 이번엔 '한-한 갈등'" (한겨레신문)

누가 비서실장이 되는가에 따라, 그리고 앞으로 당내 민주화 일정을 어느 정도 밝히느냐에 따라 저항이 얼마나 강하게 오래 지속되느냐가 결정되겠죠.

어쨌든 현재 정부와 여당은 소모적 정쟁을 벗어나고 국민의 힘을 모아 다시 경제를 뒤집어 일으킬만한 과감한 돌파의 능력을 상실한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

불이 옮겨 붙는 건 자연의 속성인가요? 언론개혁을 둘러싼 국내의 대립이 국제 언론단체 간의 힘겨루기 향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IPI가 한국을 '감시대상국'에 올린 반면 세계의 기자들 모임인 IFJ(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는 한국 기자들의 언론개혁운동을 지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IFJ, "언론자유와 기업의 이익을 혼동하면 안된다"

국제기자연맹은 7일 성명에서 "한국의 언론개혁은 지연돼서는 안될 급박한 과제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밝히고 "언론기업 소유주들이 언론의 자유를 기업 경영상의 이익과 혼동할 때 언론기업들은 언론자유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똑같이 한국에 있으면서 상반된 입장을 발표한 IFJ와 IPI는 7일 오전 비공개로 만나서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IPI는 언론사주와 편집인들의 모임이고 IFJ는 현업 언론인 50만명으로 이뤄진 기자 중심의 모임입니다.

IFJ가 '재확인했다'고 하는 기존 입장은 다음 문서로 확인하십시오.

"Korean Press Reform "Must Not Be Derailed" By Tax Troubles of Newspaper Owners" (IFJ, 8.27)

한편 민주당의 이미경의원은 IPI가 "한국의 언론실태를 상습적으로 왜곡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그 내용을 보시기 바랍니다.

"IPI 그 오욕과 왜곡의 역사를 말한다" (이미경의원 언론정책분석보고서)

정치가 요동을 치고 경제가 바닥을 기는 가운데 서민들의 삶은 괴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체불임금 급증 - 자기 생활에 맞춰 기사쓰는 기자들

노동부는 8월말 현재 체불임금액은 16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83억원에 비해 26.8%나 많다고 발표했습니다. 체불사업체 수는 1128 곳으로 5.7%, 노동자 수는 4만 1천명으로 36.7%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추석을 앞두고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특별기동반 운영 방안 등을 담은 '체불임금 청산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기자들의 생활수준이 어떠한 기사를 써내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낡은 세제에 봉급자 멍든다"를 1면 주요기사 제목으로 뽑았고 동아일보는 같은 내용의 기사 제목을 "작년 근소세 '빈부차별'"이라고 뽑았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은 재정경제부가 근로소득세가 예산보다 65%나 많이 걷힌 것을 해명하기 위해 고소득 연봉자들의 세금이 늘어났다고 밝힌 자료를 보고 쓴 것들입니다. 누진세제를 채택했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동아일보 기자는 그 사실을 '차별'이라고 표현합니다.

과연 같은 기간 평균 임금상승률이 8%인 데 비해 근로소득세는 32% 증가했으니 봉급생활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부담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즉 자산가들이나 자영업자들에 비해 부담이 상대적으로 훨씬 증가한 것입니다.

그런데 두 기자는 엉뚱하게 연봉 4천8백만원 이상 봉급생활자 28만 8천명의 처지를 주 내용으로 기사를 씁니다. 이들의 세금은 35.6%나(?) 늘었다는 겁니다. 평균이 32% 늘었는데 고소득자들이 35.6% 늘었다면 그리 큰 차이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중앙일보 기자의 눈에는 5년 동안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불합리'(누진세제는 불합리한 것이 아닙니다)만 보일 뿐입니다. 반면 노동자들의 체불임금 기사는 보이지 않습니다.

"낡은 세제에 봉급자 멍든다" (중앙일보)

물론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재산세나 자산 소득세에 비해 근로소득세가 터무니 없이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48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저소득자'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데 촛점을 맞춘 기사를 쓰는 건 아무래도 기자들의 소득이 4800만원을 넘기 때문이 아닐까요?

기자들의 소득이 사회의 평균소득을 넘으면 안된다고 주장한 손석춘 한겨레신문 여론매체부장의 말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8월 전세금 상승률 15년만에 최고 기록

주택 전세금이 8월 중 상승률로는 15년 만의 최고치인 2.5% 뛰었고 매매가도 91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주택은행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경쟁으로 주택자금대출이 쉬워지면서 내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와 임대목적의 수요도 늘었다"고 매매가 상승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전세금이 기록적으로 상승한 것은 저금리로 인한 월세전환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란 데다 가을철의 이사수요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전세의 월세전환 요구율이 40%를 넘어섰습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 건강보험 급여청구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심사평가원의 심사가 허술하게 이뤄져 1999년부터 올 7월까지 185만건 300여억원이 부당 또는 잘못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7일 한나라당 심재철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졌습니다.

-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7일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자동차 문제를 이달말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 AIG와 매각협상중인 현대투신도 이르면 10월말까지 매각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다음달 말이면 한국 경제에 묻혀 있는 지뢰를 어떻게 되든(뇌관을 없애든 아니면 터뜨려 버리든) 모두 제거하게 되는 셈인데요. 수도 없이 되풀이된 경제 고위관료들의 공언을 또 한번 믿어 볼까요?

- 총외채가 작년 8월 이후 12개월째 줄어들어 7월말 현재 1254억 달러로 환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 대비 총외채 비율은 27.3%에서 26.8%로 떨어졌습니다.

- 일본인들이 한국전쟁 당시 전투병으로 참전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개전 초부터 유엔군 산하 영국군 소속으로 편입됐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사실은 국사편찬위원회가 미국 맥아더기념관에서 입수, 7일 공개한 한국전 관련문서에서 밝혀졌습니다. 일본인들이 전투병으로 복무한 적이 없다는 것이 그동안 한미일 정부의 공식입장이었습니다.

"일본인 한국전쟁 전투병 참전" (경향신문)

- 정보통신부는 올 상반기 통신사업자들이 수사기관에 혐조한 감청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25.9% 늘어난 1489건, 통신자료 제공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71% 급증한 12만 7289건이었다고 밝혔습니다.

- 경남 거제와 경북 영천에서 감염경로가 다른 콜레라 환자 4명이 발견되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기 김포에서 2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콜레라 환자가 100명을 넘어섰습니다. 음식물은 끓여먹고 손발 꼭 씻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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