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북한 문화유산도 볼 수 있다

KBS1TV <역사스페셜> 8부작 방영

등록 2001.10.06 13:16수정 2001.10.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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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 우리 민족의 최대화두는 통일이다. 언젠가는 통일을 해야한다는 당위성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치, 경제적 통일만을 위해 몸부림친다면 통일 이후의 부작용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통일을 한 뒤에 평양거리의 여성들이 입은 흰 저고리, 짧은 검정치마의 한복을 보고 이상한 듯 쳐다본다면 어찌될 것인가? 옥수수와 감자를 주식으로 먹는 북한 사람들의 식생활을 보고 쌀이 없어서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큰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문화적 통일은 정치, 경제적 통일에 못지 않은 귀중한 것임을 우린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린 북한 사람들과 한 동포라는 인식이 절실하며, 같은 문화를 가진 민족임을 절대 공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선행되어야할 것은 북한도 우리와 같은 역사를 공유한다는 인식이라 하겠다.

이 때에 KBS-1TV 역사스페셜팀은 북한의 문화유산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작업을 벌인다. 20여 일간의 북한 현지 촬영을 포함해 총 제작 기간 6개월이 소요된 <역사스페셜 - 북한문화유산> 시리즈는 그동안 단절된 우리의 역사를 다시 잇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반만년의 우리 역사 중 고조선, 고구려, 고려시대의 역사 유적들은 거의가 지금의 북한 지역에 집중되어있어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리 땅의 역사 반쪽이 50년간 베일 속에 감춰져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은 이러한 인식 아래 그동안 상대적으로 연구 성과가 적었던 고구려, 고려 및 고조선의 역사 유적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 시리즈의 큰 특징은 3가지이다. 첫째 역사 프로그램 전문 제작진의 생생한 현장 취재, 둘째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의 최초공개와 북한 역사학자 대거 출연, 셋째 정통 역사프로그램으로서 북한땅을 소개한다는 취재진들의 자부심이다.

<역사스페셜>제작진은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10일까지 총 20일 동안 북한에 머물며 평양, 개성, 묘향산 일대를 집중 취재했다. 그 결과 고구려 수도 평양성,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릉, 고려 수도 개경, 고려 공민왕릉, 구석기 대표 유적인 상원 검은모루, 묘향산의 명사찰 보현사, 고조선 대표 유물 고인돌, 그리고 남북 사학계의 뜨거운 쟁점인 단군릉과 낙랑유적 등, 총 8개 유적, 유물들에 대한 취재가 이뤄졌다고 한다.

또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은 평양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의 유물들을 촬영할 수 있었고 또한 개성의 <고려박물관> 역시 남한 방송국에게 처음으로 문을 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모든 촬영 과정에 북한 최고의 역사학자들이 동행, 발굴 유적과 유물들을 직접 소개하고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밝힌 것은 방송을 떠나 단절된 남북간 역사학을 이어주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주요출연자는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지승철 부소장, 고고학연구소 김송현 부소장, 석광준 연구사, 고려박물관 왕성수 박사, 개성송도대학 전룡철 교수 등이다.

이 프로그램은 북한 현지 취재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다각도의 해외취재, 그리고 국내 사학자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북한 문화유적들에 대해 전문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단순 소개 형식으로 북한 유적들을 방영해온 기존의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정통 역사 프로그램으로서의 깊이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제 1 편 고구려 평양성(우종택 PD) 10월 6일(토) 밤8시

첫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것은 고구려의 수도 평양성이다.

조선시대 평양기생과 평양감사가 머물렀던 곳이며, 고려시대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이 묘청을 진압했던 곳이기도 한 평양성은 원래 고구려가 쌓은 성이다. 서기 552년에 공사를 시작해 593년까지 42년 동안의 대역사로 완성된 평양성은 총길이 23km로 중국, 일본은 물론 당대 세계 최대의 성이었다. 대동강과 보통강을 천연의 해자(垓字:도랑못)로 삼고, 모란봉 지역의 가파른 산지형을 교묘히 이용해 쌓은 평양성은, 연개소문이 죽고 난 뒤 내분으로 나당 연합군에게 성문을 스스로 열어주기 까지 한번도 외적의 칩입을 허용하지 않았던 고구려 기술력이 총 집결된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전시를 대비한 시설 뿐 아니라, 운하, 다리 등 평시의 편의시설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금까지 논밭지역 이었다고 생각돼왔던 평양성의 외성지역이 인구 20여 만 명이 거주했던 바둑판처럼 질서 정연한 도시구역으로 밝혀진 것이다. 생생한 현지취재와 입체 3D영상을 통해 1500년 전의 고구려 평양성의 그 웅장한 스케일을 복원해 본다.

제 2편 묘향산 보현사(신재국 PD) 10월 13일(토) 밤 8시

"지리산은 웅장하나 수려하지 못하고, 금강산은 수려하나 웅장하지 못하다. 그러나, 묘향산은 웅장하면서도 수려하다."

조선시대의 명승 서산대사가 읊은 말이다. 서산대사는 그의 생애 중 40년을 이곳 묘향산 보현사에서 보냈으며, '서산'이란 이름도 묘향산이 당시 서산으로 불렸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묘향산 보현사는 서산대사 사후에도 그의 제자 사명당 등이 배출된 조선시대 관서지역 불교의 총림이었고, 남북 분단이후 지금까지 북한 불교의 대표사찰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에게 묘향산 및 보현사는 명산으로 혹은 관광지 정도로만 소개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에서는 묘향산 구석구석의 절경뿐만 아니라 보현사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숨결을 더듬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제 3 편 천년전 국제도시 개경(김영선 PD) 10월 20일(토) 밤 8시

드라마 <태조 왕건>이 인기를 얻기 전까지, 고려의 역사는 우리에게 잊혀진 역사였다. 고려사의 기록이나 유물, 유적들이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었고 또한 그나마 남아있는 대부분의 유적들이 지금은 가볼 수 없는 땅, 옛 고려의 수도인 개성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제3편 "천년 전 국제도시 고려수도 개경"에서는 분단 반세기동안 잊고 지냈던 역사의 도시, 개경을 영상으로 복원해본다.

고려 말 불타버린 뒤 천 년의 세월을 폐허로 남아있는 고려의 왕궁, 그리고 역대 수도성 중 가장 길었다는 개성 외성이 영상으로 부활하며, 18세기 한양 인구의 세 배가 넘는 50만 인구가 모여 살았던 개경 시가지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밝혀본다. 또 한 나라의 수도였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무역 거점도시로서 코리아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던 국제도시 개성의 모습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갔던 바다의 나라, 고려의 기상을 되살려본다.

제 4 편 고인돌 왕국 고조선(신재국PD) 10월 27일(토) 밤 8시

고조선은 한국 최초의 국가이다. 고조선사의 해명은 우리 민족의 근원적 뿌리를 밝혀주는 한국 고대사의 중심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고조선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대부분의 유적, 유물이 북한 및 만주 지역에 있어서, 해방 이후 국내 학계의 고조선 연구는 실물을 보지 못한 채 단편적인 보고서에 의존해왔다. 여기에 일제시대 식민사학의 왜곡된 전통과 이에 저항하는 극단적 민족주의까지 가세해 고조선의 실체는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린 실정이다.

따라서 현지 밀착취재를 바탕으로 기원전 1000년 경 축조되어 북한 및 중국 요동지역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고인돌을 고조선의 표지적인 유물로 설정하는 새로운 시각을 도입한다. 이를 위해 남북한 최고의 고조선 권위자와 동행하여 고인돌이 말해주는 고조선의 탄생 및 그 영역을 추적한다. 아울러 같은 시기 고조선인들이 가졌던 놀라운 생산력과 불가사의한 청동 주물 기술의 미스터리를 밝힌다.

제 5 편 고구려시조 동명왕릉(우종택PD) 12월 8일(토) 밤 8시

평양근교(평양시 력포구역 룡산리)에 자리잡은 동명왕릉의 주인공은 과연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의 묘일까? 현재 남한 학계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북한의 주장에 긍정하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고구려 시조 동명왕의 무덤으로 보는데는 부정적이다. 그 근거는 시조묘라면 당연히 고구려 첫수도인 지금의 환인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고구려의 세 번째 수도인 평양에 동명왕릉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걸까? 동명왕릉과 릉 바로 앞의 정릉사에 대한 고고학적인 발굴결과와 새로운 문헌 해석를 통해 그 릉은 고구려시조인 동명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광개토대왕비문를 비롯 삼국사기, 삼국유사에는 물론 중국의 각종 역사서에 등장하는 "하늘의 아들 고구려시조 주몽"은 어디서 왔고, 어떤 인물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대 고구려를 잉태 시켰는가?

북한에 소재하고 있는 동명왕릉 주인공의 실체를 알아보고, 현재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주몽의 동부여 혹은 북부여설의 진상을 중국 현지취재를 통해 추적해 본다. 이것들은 결국 700여년 동안 동아시아의 한 축으로 군림했던 초강대국 고구려의 건국과정에 대한 미스테리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다.

제 6 편 한반도 최초의 문명 검은모루 구석기 유적(신재국PD) 12월 15일(토) 밤 8시

한반도에 인간이 살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한반도에서 발견된 가장 초기의 구석기 유적인 평안북도 상원군의 검은 모루 유적은 100만 년 전 이 지역에 인류가 살았다는 직접증거이다. 또한 일제의 왜곡된 식민사관아래에서 제기된 한반도에는 구석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억측을 통쾌하게 뒤집는 유적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상원 검은모루 동굴 유적 현지취재와 그곳에서 발굴된 멸종동물화석, 꽂가루 분석 등을 통해 한반도의 구석기시대를 복원한다. 그리고 보다 종합적인 실체파악을 위해 북한의 용곡 1호 동굴, 만달리 동굴유적을 비롯해 북한의 중앙 역사박물관 소장 유물을 망라하고, 남쪽의 석장리 유적, 단양 금굴 등의 광범위한 취재가 이루어진다. 이로써 한국 방송사상 최초로 한반도 구석기시대에 대한 인류학적, 사회학적 복원을 시도한다.

제 7 편 7년간의 대역사 공민왕릉(김영선PD) 12월 22일(토) 밤 8시

개성시 개풍군 소재의 고려 31대 공민왕릉은, 부인과 함께 나란히 묻힌 보기 드문 쌍릉 형식의 무덤이다.

건축적인 정교함과 주변 조각물들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역대 왕릉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공민왕릉. 그러나 그 아름다움 뒤엔 고려의 마지막 개혁 군주였던 공민왕의 못다 이룬 꿈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한다.

공민왕릉 발굴에 참여했던 북한 현지 학자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왕릉의 건축, 미술적인 아름다움을 살펴보고, 공민왕의 지극한 사랑의 대상, 노국공주는 과연 누구인지, 또한 공민왕의 파란 많은 인생과 그의 못다 이룬 개혁 정치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제 8 편 남북역사학의 쟁점 단군릉(우종택PD) 12월 29일(토) 밤 8시

분단 50년, 남북한의 이념과 제도의 차이는 동족임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사람들간의 생활은 물론 사고방식까지 곳곳에 영향을 끼쳤다. 역사부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같은 역사를 가진 단일민족이라는 말이 이제는 무색할 정도로 남북간 역사인식의 차이는 엄청나다. 서로의 이념과 이데올로기에 맞도록 해석하고, 교육을 통해 그것을 심화한 결과 동일한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젼혀 다른 역사상을 만들어내는 비극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 정점에 단군릉이 있다.
93년 발굴된 단군릉의 실체를 비롯해 고조선의 중심지문제, 한사군의 한반도 존재문제, 낙랑국의 성격문제 등 현재 남북한 역사학계의 쟁점이면서, 동시에 우리민족 역사에 가장 뜨거운 쟁점이기도 한 문제들을 남북한 역사학자들로부터 들어 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진단해본다.

이 프로그램은 통일로 가는 받침돌의 하나가 될 것이다.

통일을 위한 역사의식의 공유, 우리는 역사스페셜 <북한문화유산> 시리즈에서 찾을 수 있다. 북녘땅에 있기에 그동안 너무나 몰랐던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이제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아니 알 수가 없었던 고조선, 고구려, 고려의 생생한 역사현장을 찾아서 역사의식을 새롭게 공유하기를 바란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의 시도와 또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을 향한 대장정에 하나의 받침돌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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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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