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터를 지키도록 해주세요"통도사 창건에 얽힌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구룡지. 아홉 마리의 독룡 중 한 마리가 남아 터를 지키고자 해 자장율사는 연못을 다 메우지 않고 이렇게 남겨두었다고 전해진다.
권기봉
대웅전 서편으로는 연못이 하나 보이는데, 하로전 영역의 약사전 앞에 있는 그것보다 크기도 약간 더 크고 다리도 아담하니 하나 놓여 있다. 금강계단이 통도사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라면, 이 연못 '구룡지(九龍池)'는 통도사 창건에 얽힌 뒷이야기를 말해주고 있다.
자장 율사가 당나라 종남산 운제사 문수보살상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을 때 문수보살이 승려로 변하면서 진신사리 1백 알과 가사, 경전, 염주 등을 자장율사에게 주며, 신라땅 영축산에 독을 품은 용 아홉 마리가 살고 있는데 백성들에게 큰 해를 끼치고 있으니 그 용이 살고 있는 연못을 메워 금강계단을 세우고 진신사리와 가사 등을 봉안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장율사의 가르침에 따라 아홉 마리의 용 중 다섯 마리는 오룡동으로, 세 마리는 삼동곡으로 갔다. 이제 남은 용은 한 마리. 계속 이 연못에 남아 터를 지키고 싶다는 청을 받아들여 자장은 연못을 전부 메우지 않고 일부분을 그냥 남겨 두게 되었는데, 그 연못이 바로 지금의 구룡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