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짓고 있던 집 사진. 물을 다루는 욕실을 제외하고는 시멘트를 전혀 사용 하지 않았다.전희식
작년에 집을 지으면서 나름대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태집'을 만들겠다고 고집스레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고 흙과 나무로만 집을 지었지만 수도터만큼은 어쩔 수가 없다. 지금껏 버텨 오다가 시멘트로 하기로 한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여름날인지라 해가 났을 때 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당 텃밭에서 당근 세 뿌리를 뽑아 씻었다. 깻잎을 따다 몇 토막씩 낸 당근을 된장에 찍어 쌈 싸 먹었다. 지난달 담구었다 걸러낸 매실효소 한 사발을 마시고는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수도터 측량을 하여 말뚝을 박고는 집 짓고 모아두었던 판넬 조각들로 테두리를 짰다. 각목들을 주워다 못질을 하여 판넬을 고정시켰다. 아들 새들이를 불러내서 호스를 가지고 물수평을 잡았다. 마당 높이와 수도대의 바닥 높이를 물수평기로 정확히 잡기 위해서다.
이 물수평기는 작년 집 지을 때 아주 잘 썼었다. 긴 투명 호스에 물을 넣어 기준위치를 잡고 작업할 곳으로 호스를 갖다대어 물높이를 가지고 수평을 잡는 것이다. 새들이도 이제 물수평 잡는 일은 익숙하다.
보관해 두었던 모래와 자갈을 섞고 새들이더러 사진을 찍게 했다. 그동안 “이제 다 했어요?”라는 말을 새들이는 열 번도 더 했다. 컴퓨터 게임에서 떼어놓기 위해 굳이 자기를 불러냈다는 걸 대충 눈치로 아는 모양이다.
한낮의 해는 인정사정 없이 내리 쬐었다. 네가 보기에 일을 다 한 거 같으냐 어떠냐 했더니 "다 한 거 같은데요?"하고는 방으로 쏜살같이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