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조간] '국회의원 정주일'의 죽음

등록 2002.08.28 21:31수정 2002.08.2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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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한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타계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그에 대한 추모 열기는 금연 '열풍'과 함께 하나의 신드롬으로 이어지는 듯 하다.

29일자 신문들은 연예예술인장으로 치러질 그의 장례식을 앞두고 이틀째 빈소 스케치를 전하며 고인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 나갔다. 일산 국립암센터에 설치된 그의 빈소에는 이회창, 노무현 등 대선 후보와 김대중, 전두환 등 전현직 대통령의 조화가 세워졌고, 정부에서도 그에게 뒤늦게 국민훈장을 추서했다. 후배 연예인들은 고인을 기리는 장학재단 설립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금연운동을 더욱 활성화할 기세다.

경향신문(못생겨도 아름다웠던 '광대'), 한국일보(이주일씨의 뜻깊은 만년), 한겨레(이주일씨, 이젠 우리를 울리는군요)가 그를 추모하는 사설을 실었고, 지인들의 추모기고를 실은 신문들도 있다.

넉 달 동안 이씨의 인생역정을 연재했던 한국일보는 연재물을 묶어 회고록을 발간하고, 코미디언 출신 사업가 김정식씨는 이씨의 일대기를 디지털 영화로 제작, 개봉할 계획을 밝혔다. 전날 긴급 추모 방송을 내보낸 방송 3사도 다른 날 같은 시간대에 비해 '깜짝 시청률 특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못생긴 외모때문에 오랜 무명생활을 겪다가 갑작스레 수퍼스타가 된 '인생의 반전'과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상에서 '금연'을 호소한 말년의 모습이 중첩되어서인지 대다수 신문 방송에 그려진 그의 모습은 온통 동정과 찬양 일색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인을 욕되게 할 생각은 없지만, 그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도 고인의 '빛과 그림자'는 제대로 전하는 게 언론의 최소한의 의무가 아닌가? '사자에 대한 예'를 강조한 나머지 모든 언론이 그의 경력에 '옥의 티'로 남을 '한 순간'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주일씨는 92년부터 4년간 짧은 국회의원 생활을 했다. 국회의원에 당선될 때는 "현 정치가 저질코미디보다 더하다"고 비판했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을 때는 "4년동안 (국회에서) 코미디 잘 배우고 간다"는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그런 그가 96년 3월 검찰로부터 89년 거액의 외화를 빼돌려 미국 현지에 53만 달러의 호화주택을 매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다. 그가 국회의원이자 유명 코미디언이 아니었다면 이씨는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구속되었을 것이다.

서울지법은 이듬해 2월 1심에서 집행유예 및 추징금 4억5700만원, 12월 항소심에서 벌금 1천만원과 추징금 2억756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내린 것은 그의 가정적 불행을 감안한 것이었으나 그가 유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주일씨 스스로도 죽기 전 반론을 폈다. 한국일보에 연재한 '나의 이력서'에서 그는 "내가 신한국당으로부터 괘씸죄에 걸려 있었다. 국정감사에서 당정간 합의된 내용을 놓고 정부를 욕하고, '정치는 코미디'라고 비아냥대자 돈을 빌려준 후배가 신한국당에 '이주일이 미국에서 호화주택을 구입했다'고 찔러 사태가 그렇게 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씨는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억7560만원을 선고받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참 억울하기만 하다. 더욱이 내가 정치를 더 이상 안 하겠다고 하자마자 이 사건이 터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이 오싹해진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요컨대 코미디언으로 부와 명예를 한 몸에 얻었던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때아닌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이씨의 주장처럼 외화를 유출해 해외주택을 매입한 스캔들이 정권의 표적수사 결과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 입문한 그의 과거 추문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를 '영원한 코미디언'으로 기억하고, 그가 생전에 베푼 선행도 더욱 빛날 수 있었을 것이다.


때마침 29일자 신문들은 총리 인준 과정에서 도덕성 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돼 '유력 경제신문 사주'로 복귀할 장대환 전 총리서리 얘기로 채워져 있다. '깨끗한 인상'의 정치신인도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떠날 때는 '이상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어떤 사회지도층 인사도 일단 검증의 도마에 올라서면 온갖 비위 사실이 드러나는 정치판은 아무래도 요지경인 듯 싶다.

다음은 29일자 중앙일간지 1면 머릿기사.

<한겨레> 장 서리 총리인준 부결
<국민일보> 총리 인준안 또 부결
<경향신문> 장대환 총리인준 부결
<조선일보> 장대환 총리인준안 부결
<한국일보> 장대환 총리인준안도 부결
<동아일보> 장대환씨도 총리인준 부결


29일자 중앙일간지 사회면 머릿기사.

<국민일보> "부결은 민심...공백엔 우려"
<동아일보> "또 부결돼도 제대로 검증하자"
<경향신문> "입시부담 줄인다더니..."
<한국일보> "입시부담 여전... 복잡하기만"
<한겨레> "학생부담 줄인다더니 내신-수능 다 잡으라니"
<조선일보> 의문사위 "허일병 타살 은폐조작 증거있다" / 구체적 내용은 공개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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