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들어진 아치식 현관에 아케이드식 창틀 등이 돋보이는 이 건물은, 해방 이후 한 층을 더 올려 4층이 되었다가 서울시립미술관으로 바뀌면서 다시 지상 3층의 건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권기봉
특히 서울시립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옛 건물의 앞부분 벽만 남기고 완전히 개축하는 과정에서 내부는 물론 외부도 원래의 석조 건물 형식을 버리게 되었다.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으면 환한 유리 건물에서 오는 나름의 세련된 멋이 느껴지긴 하지만 어딘 지 모르게 어색하단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편 지금의 서소문 일대에 법원 건물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1911년경이다. 1907년에 구성된 대심원이나 경성지방법원 등은 의금부(義禁府)가 있던 공평동 현 제일은행 본점 터에 1908년 들어선 건물에 있다가, 1911년 12월 1일 고등법원(구 대심원)이 지금의 구 대법원 청사에 이웃한 의정부(議政府) 건물로 이전했고, 이후 경성지방법원 등이 같은 건물로 이주해 오면서 1928년 9월 30일 지금의 자리에 새 건물을 들이게 된 것이다.
초가을 데이트족(族)이 차지해 버린 정동…
이제 정동의 역사는 잊혀진 채 앳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나 문화 공연을 관람하는 동네가 되어 가고 있고, 정동 경운궁 선원전 터에 미국 대사관저에 이어 미국 대사관 빌딩이 들어선다는 보도가 있는 것을 보면 캐나다 대사관이나 성공회 건물 등과 함께 외국인들의 동네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담스러워 보이기만 한 경운궁 돌담길이 갖는 비운(悲運)의 역사를 아는 지 모르는 지, 오늘도 정동은 다정하게 팔짱 끼고 초가을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차지해 버린 듯한 느낌이다.
| | 덕수궁 돌담길 따라 구 대법원 찾아가는 길 | | | | 새문안길에서부터 들어오는 방법도 있겠지만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이다. 시청역에서 경운궁(덕수궁) 쪽으로 나오면 돌담이 보이면서 앞쪽으로 관광 안내 부스가 보인다. 이것을 지나면 바로 경운궁의 정문인 대한문 앞인데, 그냥 봐도 대한문 왼쪽으로 길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름하여 '덕수궁 돌담길'.
'경운궁 돌담길'이라 불려야 하지만 일단 그 설명은 여기서 제쳐 두고 골목을 따라 걷자. 구불구불하게 의도적으로 구부려놓은 차도·인도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분수대가 자리한 교차로에 다다르게 된다. 오른쪽 전경들이 방망이들도 진치고 있는 곳으로 가면 미국 대사관저가 있는 일명 '하비브 하우스'고, 여기서 곧장 직진하면 정동극장이다. 그 왼쪽 길은 구 러시아 공사관과 정동 스타식스 극장 등으로 빠지는 길인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서있는 방향에서 8시 방향에 나 있는 작은 오르막길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라는 안내판이 있으니 그리 애먹을 일은 없다.
이 오르막길을 오르면 이내 서울시립미술관인데 이것이 바로 구 대법원 건물로, 지금은 미술관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원래 건물의 앞부분 석벽만 살려두고 내부와 다른 외벽들은 모두 유리로 새 단장했다. / 권기봉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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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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