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넘게 먼길을 잘도 걸어온 한네. 엄마가 오니 힘이 펄펄 솟는가 보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 노루처럼 걷기대열 앞뒤로 뛰어 다니느라 한마디 제대로 말 걸 틈도 없었다.전희식
"애기 아빠요? 초등학교 5년생인 한울이하고 두 남자가 내가 떠나온 지 보름여 동안 너무도 잘 살고 있대요. 동네 이집 저집에서 김치다 찌개다 생선이다. 제가 있을 때보다 더 잘 먹는대요. 하하..."
"한네는 첨부터 걷는 거고 엄마는 얼마나 걷는 중인가요?"
"저는 보성에서 며칠. 광주에서 며칠. 그리고는 대전에서는 지금까지 줄곧 걷고 있어요. 아마 모두 합하면 이십여 일 될 걸요. 이제 걷기가 끝나가고 해서 우리 한네 보살필 겸 왔어요.
"농사나 걷기나 어떻게 할만 해요?"
"올해 첨으로 밭벼 산두를 심었는데 논벼보다 못해요. 시골로 간지 몇 년되다보니 점점 시장 안 가게 되고, 가전제품 하나씩 버리고, 옷도 입고 싶은 거는 작년부터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안 만들어도 요즘 옷 없어 벗고 지내지는 않잖아요?"
아껴 쓰고, 함께 쓰고, 꼭 필요하지 않으면 없애고...
"그래도 돈 들어가는 데가 많을텐데 주로 한네 아빠가 다 책임지는 셈이겠네요?"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어요. 옷 안 사고 책 안 사고 가전제품 거의 안 쓰고 생활 자체가 달라졌죠. 책요? 책이야 많이 읽지요. 도서관에서요. 읍내 도서관에 가면 비디오 있지 책 있지 인터넷 있지. 옛날에는 책 무지하게 샀는데 그게 다 짐이더라구요. 요즘은 책 안 사요. 옛날만큼 옷 자주 안 빠니까 손 빨래 해도 괜찮아요. 제 손으로 의식주 좀 해결하게 되면 병도 없고 공공시설 이용하면 돈 안들죠. 뭐."
"걷기에 참여할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농업을 지키자는 말하고 생명운동이라는 말을 듣고 버럭 관심이 생기더군요."
"한네는 잘 걷고 있는 것 같아요?"
"아주 변화무쌍한 것 같아요. 새로운 것들은 너무도 많이 접한 것 같고 특히 전국을 돌았잖아요. 마구 파헤쳐진 산들. 뿌리채 뽑혀 누운 나무. 폭우와 태풍. 자연의 엄청남 위력 등을 다 몸 적시며 겪었던 거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날들이 너무도 많았대요."
"한네가 생활의 주체성이나 자율은 잘 배울 거라 여겨지는데 지식공부는 어떻게 하세요?"
"별로 안 해요. 그런데 점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더라구요. 영어도 좀 알아야 될 것같고 그러나봐요. 필요가 자연스레 생겨날 때 집중해서 하게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