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생협에 갔다가 아는 농민회 회원이 몇 포기 준 것을 심었는데 여름내내 그늘을 만들어주더니 이렇게 주렁주렁 열렸다.전희식
밤을 근 한 말가량 주웠다. 한 나무에서만 그랬다. 좀더 올라가면 밤나무가 세 그루나 더 있지만 그냥 내려왔다. 옛날에는 다 임자가 있었다는데 기력이 다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팽개쳐둔 지가 십 수 년이 되다보니 관리되지 않는 감나무 밤나무가 산짐승 날짐승들의 좋은 식량원이 되기도 한다.
어딘가 신문에서, '다람쥐랑 청솔모랑 들쥐들이 뭘 먹고 살라고 도토리니 산밤을 싸그리 다 주워오냐'고 나무라는 글을 본 것이 생각났다. 뭐가 옳은지 좀 헷갈릴 때는 무조건 안 하는 쪽으로 정한 지 오래다. 밤도 그만 주워올 생각이다.
어김없이 가을이다
새로 따온 끝물 고추가 마당에 널리고 다 마른 고추는 저장용 대형 비닐봉지에 담긴다. 마당에는 각종 수확물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가을햇살을 다투느라 작은 소란이 일기도 한다.
우물 위로 올렸던 수세미가 주렁주렁 열렸다. 우리 아들 팔보다도 더 크고 길다. 이 수세미로 실내화를 만들고 싶다는 친구는 오늘도 안부전화가 왔다. 수세미 잘 있냐는 전화다. 옥수수도 다 말라서 갈무리를 했다.
밭두둑으로 졸졸 심은 옥수수대에 까치가 떼거지로 몰려와 이제야 여문 잔챙이 옥수수들을 파먹고 있다. 호박도 썰어 말리고 처음 수확한 제피 껍질과 열매는 분리해서 담았다. 들깨도 쪄내야하고 고구마도 캐야한다. 땅콩도 캐고 올해 처음 심은 돼지감자도 캘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