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은 포물선을 그리며'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의 전설-이탈리아 로마

등록 2002.11.20 00:33수정 2002.11.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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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을 두 번 던져 성공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달랑 동전 두 잎에 사랑이 이루어진다면야 그 누가 마다하랴. 우선 나부터라도 팔 걷고 던지고 본다. 하지만 세 번 던지면 사랑이 깨지고 만다니 자칫 잘못하다간 있는 사랑마저 날아갈 판. 이거 뭐가 이리도 복잡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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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마의 휴일' 포스터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헵번은 청초한 몸짓으로 거대한 분수 앞에 서서 동전을 던진다. 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동전은 사랑을 싣고 분수대 안에 꽂힌다.

고대의 흔적들이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는 도시 로마(ROMA).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로 첫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나라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는 그 단어를 거꾸로 쓰면 사랑(AMOR)이 된다.

영화 속 오드리헵번처럼 사랑의 환상을 쫓아 로마로 향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트레비분수는 빠질 수 없는 로마관광의 하이라이트다. 로마의 수많은 분수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트레비분수는 바로 앞에 3개의 길이 나누어져 있다 하여 '트레비'라 불리워졌다.

1732년에 착공하여 1762년에 완성된 이 분수의 아름다운 배경은 나폴리 궁전의 벽면을 이용한 조각으로 이루어져있다. 흰 대리석으로 된 벽면의 조각은 팔라초폴리 건물의 한쪽면으로, 중앙에 대양의 신 오체아누스가 서있고 양옆의 석상은 풍요와 건강을 상징한다. 브란치의 작품으로 폴리 궁전 배후의 벽면을 교묘하게 이용한 조각은 바다의 신 트리톤으로써 그가 이끌고 있는 두 마리의 말은 격동의 바다와 잔잔한 바다를 상징하고 분수대의 거대한 수반은 대양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바로크 미술 후기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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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분수앞에서. ⓒ 홍경선

또한 트레비 분수의 물은 처녀의 샘이라고 한다. 전쟁에서 돌아온 지친 병사에게 한 처녀가 물이 있는 샘물을 알려 주었는데, 이 트레비 분수의 샘이 그 곳에서 끌어왔다고 하여 전해진 말이라고 한다.

이 분수에는 예부터 전해지는 묘한 전설이 있다. "등을 돌리고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다"는 것. 무턱대고 던지는 건 아니다.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방법은 동전을 오른손에 잡고 트레비 분수를 뒤로하여 왼손 어깨 넘어로 던지는 것. 한번 던져 분수 안으로 들어가면 로마로 다시 올 수 있다는 것, 두 개를 던져 성공하면 원하는 사랑을 이룰수 있다는 것, 세 개를 넣으면 이혼을 한다는 것이다.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로마에 다시 와 보고 싶은 열망과 사랑의 성공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분수 바닥은 매일매일 쌓여가는 세계 각국의 동전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전설이 구전되다 보면 더더욱 커지는 법. 많아지는 동전개수에 따라 전설 역시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네 개를 던지면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다, 다섯 개를 넣으면 동성과 사랑하게 되고 여섯 개를 넣으면 병이 낫는다고 한다. 현재까진 일곱 개까지 알려진 상태. 마지막 일곱 개를 모두 성공하면 매번 로마에 올 수 있는데 그때마다 사랑이 이루어진다나? 근거 없는 뜬소문이 전설을 만들어 버린 것일까, 아님 관광객들이 던진 동전을 회수하면서 수입이 짭짭해진 로마시 당국이 만든 헛소문일까.

실제로 트레비 분수안의 동전은 월요일마다 수거되어 시발전기금에 쓰인다고 한다. 어쨌거나 그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오늘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낯선 곳에서의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간직한체 있는 힘껏 동전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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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분수에 가면 꼭 먹어보라는 아이스크림를 쥐고서. ⓒ 홍경선

여기서 잠깐. 혹시나 부정한 마음으로 분수 안의 동전을 주워갈 생각은 하지도 말 것. 자칫 잘못하다간 그 자리에서 수갑 채이기 십상이다.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건져가면 벌금형에 쳐하기 때문. 실제로 이 분수에서 주운 동전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한 노숙자가 자신의 수입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다가 시 경찰에 절도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1960년대 고전 영화 '라 돌체 비타'에서의 여배우 아니타 에크버그처럼 분수대에서 물 튀기는 장면을 재연해보고자 하는 이들 역시 조심해야 한다. 분수 안에서의 수영 및 목욕 역시 무거운 벌금을 부과해야 하기 때문. 트레비 분수대에서 수영하는 이들에게는 최대 500 유로(미화 485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하니 그 명성만큼 벌금 또한 비례한다. 그나저나 돈으로 산 사랑이 어디 오래 갈라나?

우연의 일치로 성공했다해도 어디까지나 우연일 뿐, 돈과 우연으로 사랑을 이루려는 소박한 꿈이 이리도 안타까워 보이는 건 왜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올 여름(2002년 6월 26일부터 8월 26일까지)에 다녀온 60일간의 유럽 배낭여행때 느낀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올 여름(2002년 6월 26일부터 8월 26일까지)에 다녀온 60일간의 유럽 배낭여행때 느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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