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솜의 성, 파묵깔레 온천에 몸을 담근다"

세계문화유산답사 <터키편>

등록 2002.11.29 10:01수정 2002.12.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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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의 십자로에 위치한 터키는 과거 히타이트, 로마, 비잔틴, 오스만제국이 번성했던, 소위 "문명의 발상지"로 일컬어지고 있는 곳이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터키의 서남부 내륙 깊숙한 고원지대에는 특이한 자연환경 속에 전혀 다른 개념의 폴리스가 기원전 3세기에 건설되었다.

헬라어로 '신전의 도시'라는 의미를 지닌 히에라폴리스는 고원위주의 다른 도시국가와는 달리 특이하게도 언덕 위에 건설되었다. 지금은 많이 파괴되어 과거의 영광은 찾아 볼 수 없지만 이 조그만 고대도시는 특이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오늘도 전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하얀 솜의 성 ‘파묵깔레’가 바로 그것이다. 1988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곳은 산 하나를 온통 새하얀 회칠을 한 것 같은 모습이다. 특히 파묵깔레는 '솜의 성'이라고도 불리는데, 마치 하얀 솜으로 지어진 거대한 성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 그렇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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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성의 정상에 오르는길. ⓒ 홍경선

데니즐리에서 19km 떨어져 있는 이곳은 얼핏보면 조그만 시골마을과 다름없다.

황토 빛의 황량한 대지 위에 건조한 바람이 살며시 불어 올 때쯤 이정표를 따라 걷다보니,어느덧 눈부시게 하얀 거대한 산과 마주하게 되었다.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온 사방에 흰눈이 수북히 쌓인 것 같은 모습은 반대편의 붉은 토양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하얀색이다.

뜨거운 이곳의 기온도 저기 보이는 하얀성의 흰눈을 녹이지 못하는 것 같다. 저멀리 하얀 성벽 위를 가득 메운 관광객들이 보인다. 검지 손가락만한 크기로 보이는 그들을 향해 한참을 올라가고 있을까. 사방의 햐얀 석회붕 사이로 온천수가 샘솟고 있었다. 살며시 발을 담궈보니 뜨거운 기운이 온몸에 스며든다.

햇살이 뜨거운 건지, 물이 뜨거운 건지. 어쨌거나 하얀 눈이 녹아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고 있는 듯했다. 이는 지면에서 뿜어 나온 온천수가 100m 높이에서 산표면으로 흘러 내려온 것이라 한다. 유황과 석회성분이 듬뿍 베어있는 이 뜨거운 온천수가 흘러내리면서 수천년 동안 석회성분이 퇴적을 거듭하여 거대한 석회붕을 형성하게 되었다.

염전의 물길처럼 사방으로 흘러나온 석회석입자가 주변을 온통 하얗게 만들어서인지 멀리서 보면 하얀 목화송이처럼 보인다. 이 온천수는 특히 심장병, 순환기 질병, 고혈압, 신경성 장애, 류머티스, 눈과 피부의 질병, 신경과 육체의 피로, 소화기 질병, 영양장애 등에 특수한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로마시대의 황제들은 물론 클레오파트라조차 이곳의 온천수에 목욕하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고 하니 그만큼 이곳의 석회석 원탕은 유명하다. 실제로 여기저기 뚫려있는 널찍한 구덩이 안에는 여유롭게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그들과 함께 뜨거운 열기를 흡수하며 여유롭게 반대편에 펼쳐진 드넓은 황토 빛 평원을 바라보았다. 한참 뜨거운 석회수에 몸을 적신 뒤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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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솜의 성 '파묵깔레' ⓒ 홍경선

건조한 바람, 뜨거운 태양, 하얀 열기. 세 박자가 골고루 섞인 정상에서 바라본 파묵깔레는 거의 환상적이었다. 주변은 온통 하얀 병풍을 쳐놓은 듯이 하얗다. 하얀 목화송이처럼 사방에 펼쳐진 석회평원은 매서운 추위가 아닌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면서 눈쌓인 설원위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것은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산물이었다. 하얀솜을 뭉쳐놓은 듯한 환상적인 경관으로 파묵깔레를 '하얀솜의 성'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의 남쪽 경사부분에 위치한 파묵깔레. 마치 크림색 물감으로 칠해놓은 듯한 환상적인 경관과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의 풍부한 볼거리가 절묘하게 조합된 이곳은 동서문명의 교차로를 통과하는 모든 이들에게 낭만과 여유로운 휴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덧붙이는 글 | 지난 여름 두 달동안의 유럽여행 중 터키의 파묵깔레에서의 추억입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여름 두 달동안의 유럽여행 중 터키의 파묵깔레에서의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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