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선 어떤 개를 길러야 할까

<이형덕의 전원일기> 시골생활의 충실한 지킴이

등록 2002.12.23 19:02수정 2002.12.2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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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이 개들이지요. 한 배에서 나왔는지 비슷비슷한 개들이 큰 소리로 짖으며 낯선 사람을 맞이하는데 다행히 늘 풀어놓고 기른 탓인지 달려들어 물지 않는 건 다행입니다.


시골에 내려와 사는 사람이라면 으레 한두 마리 개를 기르게 마련인데, 유난히 개를 좋아하는 제가 오늘은 개 강의를 좀 할까 합니다.

a 한살도 안된 불당골의 풍산개 지풍이

한살도 안된 불당골의 풍산개 지풍이 ⓒ 이형덕

토종 바람이 불면서 개에도 족보를 따지고, 삽살개와 풍산개 바람이 불더니만, 이제는 무슨 개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만 나왔다 하면 곧바로 그런 외국개들이 유행처럼 전국에 퍼져나갑니다.

우리가 흔히 '똥개'라는 개를 두고, 어떤 이는 지저분한 걸 먹는 형편없는 개를 똥개라고 한다고 하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아무리 훌륭한 개도 제멋대로 놓아두고 먹거리를 제대로 주지 않으면 그런 짓을 하곤 합니다.

또 어떤 이는 똥개는 이리저리 교합되어 혈통이 뒤섞인 잡종견을 말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혼혈이라는 의미가 과연 그리 나쁜 것일지 생태학적으로 애매하기만 합니다.

흔히 혈통을 고정시킨 순종이라는 판단이 개 종류의 표준규격에 맞고, 대를 이어 그러한 형태를 이어나가는 경우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과 실제로 개를 기르는 목적 사이에 어떤 이로움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행여 개을 번식시켜 판매를 하려는 장사의 목적이 아니라면 그리 순수한 혈통 고정에 매달릴 이유가 없음에도 많은 분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서 오로지 순종 개 구하기에 집착하는 걸 보게 됩니다.

물론 우수한 품종을 타고나는 개도 있겠지만, 대부분 개의 영리함이란 것이 태어난 이후의 훈련과 버릇 들이기에 달린 것을 보면 잡종견이라도 잘 길들이면 좋은 개가 되기 마련이겠지요.


물론 개마다 타고나는 성품이 있어서, 사냥개는 본능적으로 짐승들을 잘 쫓고, 잡는 버릇이 있으며, 세퍼드나 도베르만 핀셔 같은 개는 예민한 청각과 신경으로 집을 잘 지키는 능력도 있지만, 대개의 개 품종이란 것이 인공적으로 사람들에 의해 교합되고 개량되어 만들어진 것인데, 그리 본다면 혹 시골 마을에서 이리저리 자유롭게 연애하여 태어난 똥개에게도 새로운 품종 개량이 이뤄진 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a 우리집 잡종강아지 바둑이와 누렁이

우리집 잡종강아지 바둑이와 누렁이 ⓒ 이형덕

시골에서 기르는 개의 목적으로는 우선 집을 잘 지키는 개가 좋겠지요. 집을 잘 지킨다는 것은 제가 볼 때 낯선 사람이 왔을 때도 잘 짖어서 주인에게 알리거나, 함부로 집안에 드나들지 않을 정도로 바지가랑이나 좀 물어당기는 정도면 충분할 텐데, 좀 후미진 곳이라 해서 핏불테리어나 로트와일러 같은 투견용 개를 기르는 분이 있습니다. 대체로 담이나 울타리가 없이 남의 집을 내 집처럼 드나드는 데 익숙한 시골 이웃이 이런 집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로트와일러 같은 개는 독일의 교도소에서 최종 철책을 지키는 경비견으로 쓰다가 너무도 잔인한 성격으로 탈주범을 막는 게 아니라 아예 물어 죽이는 일이 많아 실패한 견종으로 알려진 개인데, 그런 개가 이웃이나 방문객에게 달려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설령 줄에 매어 놓는다 해도 이를 드러내고 짖어대는 그 엄청난 크기의 개을 본 이웃들이 과연 그 뒤에도 그 집을 마음 편히 드나들 수 있을까요.

또 내 경우에 보면 중간 크기의 개들도 종종 쇠줄이 끊어지거나, 풀리는 경우가 많은데 줄곧 매어 있던 개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성격이 대단히 난폭하고, 공격적인 경우가 많아 이웃의 개나 닭, 심지어는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크게 위협이 될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제 부모님께서 기르던 아끼다 대형견이 풀려졌는데, 눈 깜박할 사이에 이웃집 개의 목을 물고 돌아 다녔다고 합니다.

그 뒤로 철근으로 된 쇠 울타리에 가둬 두었는데 마당에 기르던 흑염소가 근처에 지나가자 염소 목에 맨 줄을 발로 끌어당겨 흑염소를 우리 안으로 끌고 들어가 물어 죽였는데, 어른 엄지 손가락만한 쇠창살이 옆으로 쩍 벌려졌다고 합니다.

이런 대형견들은 묶어 놓을 수밖에 없고, 풀려지는 순간 이웃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시골에서 기르는 개는 그 품종의 특성을 잘 살펴서 선택해야 합니다. <베에토벤>이라는 영화가 나오고서, 그 영화에 등장한 세인트버나드라는 대형견을 기르는 분들이 많아졌는데, 그 개는 원래 알프스 지방의 수도원에서 구조견으로 기르던 개라고 합니다. 눈이 많은 알프스산악에서 조난 당한 사람들을 구해 내는 개로서, 목에는 동사직전의 사람을 살리기 위한 포도주 병을 달고 다녔다는 개이지요.

이런 개나 <늑대개>에 나오는 시베리안 허스키나 맬러무트 같은 개들은 겨울에도 얼음 위에서 자는 데 익숙해진 개들입니다. 이런 개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여름이면 혀를 빼물고 더위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반대로 치와와처럼 털이 짧은 숏헤어의 단모종들은 열대기후에 익숙해진 개들로 아파트에서 살다가 시골에 내려와 마당에 내놓는다면 모진 겨울 추위를 넘기기 힘든 종류들이지요.

또한 사냥견으로 품종을 개량한 포인터나 셰터, 스패니얼 등은 본성적으로 짐승을 잡는 데 익숙한 데 이런 개와 닭, 오리, 토끼들을 함께 기르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눈물의 씨앗이 되는 비극적인 만남이 됩니다.

또 시골에 내려오면 아는 분들이 선물 삼아 진도견을 보내주는 경우가 많은데, 진도견은 새끼가 아니면 낯가림이 심해서 새주인과 사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으며, 사냥에도 능해 가축을 해치는 일도 잦습니다.

개와 낚시 이야기라면 밤을 새울 것 같아, 이야기를 줄여 말씀드리자면, 시골 생활에 가장 적합한 개의 품종으로는 우리 기후에 오랜 세월을 두고 순화되고 적응된 잡종견이 가장 적합하며, 그것도 기르기에 부담이 없는 - 먹이나 변 치워주기 등 - 소형견이 적합합니다.

흔히 발바리라고 부르는 종류의 잡종견은 귀엽기도 할 뿐만 아니라 덩치에 비해 잘 짖고, 겁이 많아 낯선 사람을 보면 끈기있게 짖어서 아무리 잠귀가 어두운 주인이라도 깨우고야 말지요. 게다가 잘 짖기만 하지 사람이나 가축을 물지는 않으니 울타리 없는 시골생활에는 안성맞춤입니다.

또한 스패니얼이나 달마티안, 비글처럼 활동적인 개들의 경우, 이리저리 뛰어다녀 남의 모종 심은 배추밭을 망치거나 고춧대를 부러뜨려 애꿎은 돈을 물어 주어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덩치가 작은 발바리는 오로지 집안에서만 맴돌 뿐이니, 가장 전원적인 강아지라 하겠습니다. 어려서부터 풀어놓고, 닭이나 오리랑 함께 자라게 한다면 물어 죽이는 일도 없고, 고양이와도 사이좋게 지낼 것입니다.

그리고 개도 시골생활에서는 하나의 엄연한 가족이 되기 때문에 강아지 때부터 붙게 되는 정 때문에 기르다가 쉽게 개를 바꿔 기르기가 어려우니, 처음에 선택을 잘 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혹 기르다가 귀찮으면 식용으로 전환하는 분이라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아무리 배가 고파도 개를 잡아먹는 일은 좀 삼가해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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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면 광대울에서, 텃밭을 일구며 틈이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http://sig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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