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선 개도 한 가족입니다

시골에서 개 기르기

등록 2003.01.01 17:10수정 2003.01.0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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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시골에서 개를 기를 때의 주의할 점을 말씀드리지요.


도심에서는 대체로 실내에서 기르는 애완견이 많겠지만, 시골에선 대체로 실외에서 집을 지키는 번견으로 기르는 경우가 많지요. 또 특이한 식성을 지니신 분들에게는 식용의 목적도 있나 봅니다.

이러다 보니, 시골개와 서울개(?)는 우선 그 사는 공간에서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개집이나 질병 관리 등에서 좀더 많은 배려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우선 개집을 지을 때는 개가 충분히 성장하였을 때를 대비하여 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아지가 겨우 들어갈 집에 이리저리 쪼그리고 들어가 앉은 개를 보면 참 안되었지요. 개집은 더위보다 추위를 잘 막아야 하는데, 가능하면 지붕은 단열재가 들어간 조립식 패널 조각을 얻어다 쓰면 좋습니다. 또한 여름에는 마당에 나와서 햇빛을 막을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주어야 하고, 습기가 많고 통풍이 안되는 곳은 피해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풀어놓고 기르는 것이지요. 옆에 집이나 밭이 없다면 어려서부터 풀어 놓고 기르면 개들이 의외로 차분해지고, 마구 헤집고 뛰어다니지 않습니다.


개집을 철물점에서 파는 플라스틱재나 고무합성재로 된 것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방수는 잘될지 몰라도 고무 특유의 냄새로 후각이 발달한 개들이 곤욕을 치르고, 통풍이 전혀 되지 않는 단점이 있어, 가능하면 각재와 합판으로 짓는 것이 좋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는 가능한 작게 하고,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직사각형의 구조가 좋습니다.

암캐의 경우에는 새끼를 낳을 경우, 겨울철에 강아지들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문턱을 적당히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개는 습성적으로 바닥에 헝겊 등을 까는 것을 싫어하여 무조건 밖으로 물고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바닥은 충분히 지면의 한기를 막을 수 있는 두툼한 목재를 쓰거나, 아니면 까치발을 두어 지면으로부터 적당히 떼어 주는 것이 추위와 장마철의 습기를 막는 방편이 됩니다.


지붕의 추녀는 빗물과 직사광선을 막도록 충분히 길게 뽑고, 지붕에는 비를 막을 방수제로 덮는데, 버리는 비닐장판지를 몇 겹으로 접어서 덮으면 좋고, 좀 여유가 있으면 집 지을 때 쓰고 남은 아스팔트 싱글로 덮어주면 미관상도 좋습니다.

다만 추위를 걱정하여 개 집안에 스티로폴이나 두터운 종이 박스를 깔아주는 경우가 있는데, 얼마지 않아 이것들은 개들이 후벼내고, 물어 찢어서 산산조각이 나고 맙니다.

특히 어미가 겨울철에 새끼를 낳을 경우, 보온에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줄에 매인 어미개는 자칫 밖으로 굴러나간 강아지를 데려 오지 못해 새끼가 얼어죽는 일도 있습니다. 새끼가 움직이지 못하는 어릴 때는 어미개를 풀어 주는 게 좋지만, 강아지들이 어느 정도 움직일 때는 어미개를 묶어서 새끼들을 산이나 어딘가로 물어다 숨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 겨울, 어미개가 새끼들을 물어다 숨긴 걸 모르고 산짐승들이 물어간 줄 알고, 어미를 묶어 놓았다가 다섯 마리의 강아지를 잃은 적이 있습니다.

아주 추운 겨울밤에는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두터운 헌옷으로 둘둘 말아 개장안에 넣어 주면 좋습니다. 우리 마을의 어느 분은 겨울에 새끼를 낳자, 개집 안에 전구불을 켜서 보온을 하는 분도 있더군요.

귀여운 우리집 강아지들입니다
귀여운 우리집 강아지들입니다이형덕
강아지를 얻어 오거나, 낳게 되면 우선 가축병원에서 파는 종합 백신을 사다가 맞히는데 주사기를 준비하여 목덜미 가죽을 충분히 잡아 당겨 피하로 주사합니다. 개들이 주로 잘 걸리는 병은 홍역과 감기, 그리고 장염이 있습니다. 홍역에 걸린 개들은 거의 살아남기 어려우니 특별히 주의하고, 장염은 불결한 물이나 어린 강아지의 경우 과식이나 기름진 고기를 많이 먹여도 걸리기 쉽습니다.

봄철이면 광견병주사를 맞히고, 그 증서를 받아 두시면 나중에 혹 남을 물었을 때 상당한 비용의 치료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광견병예방접종을 직접 주사할 때는 더위에 변질되지 않도록 냉장된 주사약을 바로 접종하되, 종합백신과 달리 뒷다리의 근육에 주사합니다.

광견병 예방주사는 봄, 가을로 구충제를 먹이는데 개들이 풀을 뜯어먹거나 혈변을 볼 경우, 대개는 기생충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부병도 주의해야 하는데, 코나 발등에 털이 빠지는 증세가 보이면 가축병원에서 데려가야 합니다.

또한 풀어서 기를 경우, 숲에서 진드기가 붙는 경우가 많은데 가축병원에 가면 1봉에 4000원 정도하는 가루로 된 흡혈충약을 줍니다. 이 모든 질병의 경우, 대체로 주변의 환경이 지저분하거나 습한 경우에 발생하니 무엇보다 청결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수캐의 경우에는 이웃의 개들이 발정을 하면 꽤 먼 거리까지 집을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를 대비해 목걸이에 집 전화번호가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내 경우에도 도치라는 수캐를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아들과 나는 추운 겨울에 마을 곳곳에 개를 찾는다는 광고지를 붙이고 다녔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먹이는 어려서부터 사료를 먹이기를 권합니다. 1포대에 8000-9000원 정도하는 사료를 어렸을 때는 물에 불려서 먹이고, 이빨이 나면 마른 채로 주는데 사료를 먹은 강아지들은 집을 며칠동안 비울 때도 듬뿍 주고 가면 상할 염려도 없고 때 맞춰 주지 않아도 좋아 걱정이 없지요. 그러나 사람이 먹던 음식 찌꺼기를 먹어 본 경험이 있는 개들은 사료를 잘 먹으려 하지 않는데, 이 경우 사정없이 굶기고 사료만 주면 됩니다.

개들의 짝짓기는 우리 집 개의 경우, 산 속으로 밀월 여행을 며칠째 다녀오곤 하는데, 시골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웃 개들과 혼혈이 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자유로운 교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니 예전에 아파트에 살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이웃에 혼자 사시는 여자 분이 계셨는데 얼마나 개를 아끼는지 슈퍼에 갈 때나, 마실을 갈 때나 늘 품에 안고 다녔지요. 요크셔 테리어 종류로 보이는 개였는데, 사건은 금지옥엽처럼 품에 싸서 기르던 그 개를 잠시 용변을 보라고 혼자 문밖으로 내 보낸 순간에 벌어졌습니다.

옆집에서 기르던 누렁이가 춘향이를 본 이도령처럼 눈깜박할 사이에 짝을 지었으니, 한참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요크셔의 친정어머니께서는 기함을 하여 쫓아나와 순결을 잃은 강아지를 품에 안고, 대성통곡을 하는데 더욱 가관인 것은 뒤늦게 나온 누렁이의 주인집 아저씨가 난감한 얼굴로 헛기침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뒤에 들으니 "우리 개가 어떤 개인데"라며 통곡하던 누렁이의 장모께서는, 가축병원에 요크셔를 데리고 가 임신진단 검사를 받고, 낙태수술을 시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시골에 와서도 이럴 분이 계시지는 않겠지만 정 걱정이 되신다면 울타리가 없는 시골집에 수시로 마실 오는 이웃집 개들을 잘 지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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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면 광대울에서, 텃밭을 일구며 틈이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http://sig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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