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건달들>로 돌아온 디바

[인터뷰] <아가씨와 건달들>의 아들레이드, 전수경

등록 2003.01.18 16:10수정 2003.01.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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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자리 잡기 시작한 뮤지컬은 이후 공연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어떤 공연 장르 보다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뮤지컬에 관객이 몰리자 뮤지컬만 전문으로 하는 극단, 배우, 기획사들이 생겨났고 이들이 90년대를 한국 뮤지컬 시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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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건달들> 출연진 ⓒ 오디뮤지컬컴퍼니

지금껏 많은 뮤지컬이 공연되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 스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자 배우 중 남경주는 당대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으면서 20년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여자 배우 중 최정원, 전수경 등은 뮤지컬 최고의 스타로 관객을 몰고 다닌다.


이중 전수경은 시원한 가창력과 화려한 춤 솜씨, 완벽한 연기로 뮤지컬계의 디바로 평가받고 있다. 그녀는 작년 뮤지컬 배우 주원성과의 사이에 쌍둥이를 낳았다. 출산으로 잠시 무대를 떠났던 그녀가 올 <아가씨와 건달들>로 무대에 복귀했고 “역시 전수경이다” 라는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서울공연을 마치고 지방공연을 준비중인 전수경을 1월 17일 교통방송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 출산 후 첫 공연이다. 공연 결과에 만족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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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경 ⓒ 한상언

"공연을 불과 며칠 앞두고 감기가 심하게 걸려 걱정을 많이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무대에 섰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연습기간이 부족한 것 같다고 느껴졌다. 조금 걱정이 됐는데 막상 관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공연을 시작하니 그런 걱정들은 날아갔다. 무대위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아주 대만족이다.

특히 다른 작품을 하게 되면 인터넷에 관객 반응들이 올라올 때 칭찬도 많이 올라오지만 '이런 점은 아쉬웠다' 그렇게 올라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좀 더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번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아들레이드 역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칭찬만 해주셨다. 오랜만에 작품을 했는데 힘을 주는 작품이어서 즐겁게 공연했다. "

- 복귀 작품으로 <아가씨와 건달들>을 선택한 이유?
"솔직히 얘기하자면 주위에서 이슈화되는 작품을 권했다. 왜냐하면 <아가씨와 건달들>은 너무 많이 공연됐고, 내가 5년 전에 출연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초연되는 보다 새로운 작품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남편도 그렇게 이야기 해 많이 걱정했다.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내가 5년 전에 했던 작품이지만 그때 너무 너무 아쉽게 끝났다. 굉장히 재미있었는데 공연을 열흘밖에 안했다. 공연기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 처음 하는 작품은 그 만큼 부담이 많이 된다.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연기변신을 할지 그런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그래서 워밍업 하는 기분으로 할 수 있는 작품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이 작품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점이 생각만큼 충족 된 것 같다. "



- 아들레이드 역으로 적역이다 라는 평가를 받았다. 혹시 다르게 평가받기를 원했나?
"다른 평가는 Very Good!이 가장 좋다. 만족한다. 기쁘고.
그 전에는 로맨틱한 여자 주인공을 하기보다는 중성적이거나 굉장히 의리 있고 대가 세고 자신감 있는 여성의 역할을 주로 했다. 그 역할에 비해 아들레이드 역은 굉장히 사랑스럽고, 사랑받기를 원하고, 사랑을 주는 그런 역할이다. 또한 애교도 마음 것 부리는 역할이다. 내가 평소에 애교를 부리지 못하는데 공연을 하면서 무대에서 애교를 부리니까 여성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즐거울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끼게 해주었다.

저를 많이 아시고 제가 했던 작품을 많이 보신 분들은 “아, 전수경에게 저런 매력이 있었구나”, “언니의 지금까지 봤던 모습과 너무 달라요.” 그렇게 보는 친구들도 있다. 또 이전에 제가 하는 공연을 못 보시고 이 공연을 보신 분들은 “전수경이란 배우는 저런 매력이 있는 배우구나” 라고 봐 주실 수 있다. 그래서 제 자신에 대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또 애교 있는 모습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내 자신에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배역이었다. "

- 많은 배우들이 아들레이드 역을 거쳐 갔다. 어떤 모델을 염두하고 연기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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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언

"사실 내가 쭉 해왔던 작업들은 대부분이 국내 초연이었다. 그러니까 외국 오리지널 배우가 있고, 국내에서는 내가 가장 먼저 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 모습을 쉽게 기억해낸다. 지금까지 어떤 모델이 되는 작업을 많이 했다.

반면에 <아가씨와 건달들>은 수많은 선배 여배우들이 했기 때문에 아들레이드 하면 제가 떠오르기보다는 과거에 했던 어떤 배우들의 인상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금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거기서 벗어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한 배우들의 장점을 다 모은 다음에 내가 분석하는 재미있을 것 같은 아들레이드 식의 대사라든지 맛깔스러운 대사를 넣어서 나의 인생으로 가지고 왔다. 다시 말해 선배들이 했던 좋은 점은 거부하지 않았고, 거기에 나만의 유머스러움과 코믹함 이런 것을 많이 살렸다.

아들레이드 역할은 사실 꼭 예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그러나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날씬한 몸매, 예쁜 의상, 귀여운 대사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드리고 싶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많이 노력을 했다. 그런 것들이 다 합해져서 전수경의 아들레이드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 점이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 나만의 연기 원칙은?
"원칙은 캐릭터를 절대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보이는 것은 안 좋다. 물론 배우가 여러 가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전수경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배우는 자신만의 색깔이 강해서 캐릭터로 빠져들기보다는 배우가 너무 강하게 기억된다. 작품 속 인물로서 두드러지기보다 출연한 배우 중에 어떤 배우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단기적 효과는 있다. 팬들을 자극시킨다. “어머, 저 배우는 너무 강렬하고 매력적이다.” 이런 효과는 줄지 몰라도 여러 작품을 하면서 관객을 식상하게 만들게 된다. 이런 것보다는 역할에 좀더 충실하고 싶다. 역할 속으로 더 묻어날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다."

- <공공의 적>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본격적인 영화 출연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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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언

"있다. <공공의 적>에서처럼 그런 식으로는 아니다. 강우석 감독님도 연기 잘하니 앞으로 단역으로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

제가 한양대를 졸업했다. 한양대 선후배들이 감독을 많이 하면서 출연 제의를 많이 한다. 그런데 꼭 다섯 씬 미만의 것을 제의한다. 그래서 내가 “아니 도대체 이것이 친구를 위하는 길이야” 이러면서 거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정상 하게 된다.

사실 뮤지컬 쪽에서는 모든 배우들이 굉장히 반대하고 들고일어난다. 도대체 뮤지컬 배우 전수경이 영화쪽에 가서 단역을 하느냐. 그것도 완전히 아줌마로 망가져서. 이렇게 말도 많은데 사실 다른 분야에 외도하는 것이 즐겁다. 늘 밥 먹다가 일식을 잠깐 먹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

처음에는 영화쪽에 가면 긴장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어디를 가든지 인사도 잘하고 잘 어울린다. 또 영화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사실 설경구씨와 나는 같은 동기이다. 우리는 학번을 대표해서 잘 나가던 배우였다. 그런데 한사람은 영화계에 너무 잘 나가간다. “저 친구가 저렇게 잘하는데 나도 잘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출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하지만 아직 뮤지컬쪽 일이 바쁘고 또 영화쪽에서 중요한 역할로 잘 안 부른다. 아직까지는 단역 위주로 하고 있는데 이제 곧 조금 더 나이를 먹을 때를 기다리면서 칼을 갈고 있으니까 더 좋고 큰 역할이 들어 올 날이 있을 것이다."

- 연극에 출연할 생각은 없는가?
"있다. 연극이 침체기다. 우리 대학교 다닐 때는 연극이 활성화 되어있었고. 문화를 즐기는 사람중에 연극매니아처럼 있어 보이기도 드물었는데 지금은 뮤지컬이 워낙 뜨면서 연극쪽이 많이 침체됐다.

혁신적이고 투자를 많이 하는 작품이라면 출연할 의사가 있다. 내가 한양레파토리 작품을 좋아한다. 최형인 선생님이 워낙 작품 보는 눈이 좋아서 좋은 작품들을 많이 가지고 왔다. 그런 작품들은 실험성이 있다. 특히 <러브레터> 같은 작품은 아직도 기억이 남고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그렇게 서두르지는 않고, 뮤지컬을 계속하면서 정말 좋은 기회가 생기고 좋은 작품을 만나면 연극도 충분히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

- 부군인 주원성씨와 같이 무대에 설 계획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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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언

"무대에 같이 많이 섰다. 같이 한 작품이 따로 한 작품보다 많다. 언제든지 기회가 생기면 하고 싶다. 우리 세대의 배우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느 작품에서든 상대역을 할 기회는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이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오히려 다른 작품에서 서로를 봐주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주원성씨가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에서 중요한 역을 맡아서 연습을 하시기 때문에 저는 그 작품을 아주 편한 마음으로 가서 구경을 할 것이다. 그런 시간이 아주 즐겁게 느껴진다."

- 어떤 작품이나 배역을 꼭 해보고 싶은가?
"뮤지컬 <시카고>에서 ‘락시’역을 했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이 작품에서 ‘벨마’라는 역할이 “전수경이 하면 참 좋을 텐데” 이렇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그 역할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그 작품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작품은 더 많아질 것이라 믿는다.

해봤던 작품으로 <선셋 대로(Sunset Blvd.)>의 여주인공이라든지. 그리고 더 나이 들기 전에 하고 싶은 것으로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의 ‘마리아’역이 있다. 아쉽게도 어렸을 적에 한 기억이 있는데 그 역할도 나에게 잘 맞을 것 같다.

배우라는 것은 욕심이 끝이 없다. <레미제라블>의 ‘팡틴’도 하고 싶고, <미스사이공>에서 ‘엘렌’도 하고 싶고 그렇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작품만 듣게 되고. 어울리는 작품만 골라서 하고 싶게 되고 그렇다. "

- 차기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아직 확정은 안 됐는데, 'Singing in the Rain'이라는 탭댄스 뮤지컬이 장기 공연 할 것 같다. 올해 유월부터 공연 될 예정이다."

- 바쁜데 시간 내 주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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