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초가 뭐시다요?” “시금치라카데예”

<고향의 맛 원형을 찾아서6> 한겨울 녹색채소의 대명사 시금치

등록 2003.02.06 23:44수정 2003.02.0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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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잘 다듬어 둔 시금치. 너무 잘 다듬으면 좋은 것은 쓰레기통으로 갑니다. 큰 뿌리는 남겨야 되는 것 아닌가요?

잘 다듬어 둔 시금치. 너무 잘 다듬으면 좋은 것은 쓰레기통으로 갑니다. 큰 뿌리는 남겨야 되는 것 아닌가요? ⓒ 김규환


<본초강목>에 ‘혈액을 통하게 하고 독이 막힌 것을 풀어 준다’고 서술된 식물이 시금치다. 이 중 포항 근처 영일만에서 나는 뿌리 쪽이 붉고 끝이 뾰족한 재래종 시금치를 ‘포항초’라 부른다. 타지 시금치와 비교하여 현저히 작고 야생에 가깝다.


살림을 하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을 괜히 얘기한 건가? 시금치는 얼마 전까지는 주로 전남 남해안 여수 부근 섬에서 출하되었지만 이제 거의 소비가 끝났다. 바야흐로 ‘포항초(浦港草)’ 계절이다.

눈밭에 남아 있는 거라곤 냉이 몇 개, 봄동이 다지만 냉이는 야생이니 그렇다 치고, 봄동은 지푸라기라도 흩뿌려줘야 눈이 얼어붙어 이파리가 시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내륙지방에서도 시금치는 겨울을 나는데 끄덕 없는 농작물이다. 해발 300미터 눈 속에서도 어느 풀보다 푸르름을 유지한다. 어릴적 내 고향에서도 서울 사람이 와서 시금치와 대파를 재배한 적이 있는데 죽이게 맛은 좋으나 생산성에서 밀려 3년 만에 철수하고만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왜 포항과 영덕군 일대가 주산지가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동해 연안이 여타 지방과 비교하여 따뜻한 날씨 덕에 더 파릇한 상태를 유지하고 잘 자란다. 겨울에도 자라는 특성상 따스한 해풍과 모래땅은 시금치가 자랄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

a 먼저 물을 끓이다가 소금을 반 숟갈 넣으니 아직도 파랗게 살아 있습니다

먼저 물을 끓이다가 소금을 반 숟갈 넣으니 아직도 파랗게 살아 있습니다 ⓒ 김규환


'뽀빠이’가 기력을 잃었을 때 벌컥벌컥 마셔대는 시큼한 통조림이 시금치다. 시금치 한 깡통만 먹으면 기진맥진했던 뽀빠이는 근육이 다시 불쑥 튀어나와 자신보다 몇배나 덩치 큰 괴물을 쉽게 무찔러 사랑하는 ‘올리브’를 구해내곤 했다. 실제 1930년대 미국에서는 뽀빠이 덕에 시금치 소비가 33%나 늘어난 경이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시금치는 어떤 작물인가? 시금치는 짐승 간, 홍당무 등과 함께 비타민A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야맹증에 좋은 음식이다. 생 시금치에 함유되어 있는 철은 체내에서 거의 다 이용될 수 있으므로 빈혈증 등 강장보혈에 효과적이며, 유기산, 옥산산, 사포닌은 장의 운동을 촉진함으로 변비예방에 좋다.


특히 체내에 유독한 요산을 배출하므로 통풍, 류마티즘, 관절염 등에도 효과가 있고 빈혈증, 신장병과 어린이들의 골반발육에 특효가 있는 보건채소이며, 여성미용에도 좋아 그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알카리성 채소이다.

a 한 겨울 반찬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시금치입니다. 꼭 참깨를 넣어서 해 주십시오.

한 겨울 반찬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시금치입니다. 꼭 참깨를 넣어서 해 주십시오. ⓒ 김규환


시금치 100g당 일반 성분은 다음과 같다.


수분 93.7%, 단백질 2.6g, 지방0.7g, 당질4.2g, 섬유0.7g, 회분1.1g, 칼슘 60mg, 인 32mg, 철분 4.2mg, 비타민A 8320iu, 비타민B1 0.12mg, B2 0.38mg, 비타민C 64mg, 나이아신 0.7mg

몇 해 전 미국 샤만 박사가 몇 해 전 시금치를 너무 많이 먹으면 결석이 생긴다는 발표를 해서 크게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수산의 과잉 섭취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산을 많이 먹게 되면 체질에 따라 체내의 칼슘과 결합하여 녹지 않는 수산칼슘으로 변하여 신장과 요도에 결석을 가져오게 된다. 하루에 500g 이상을 매일 먹는 경우에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양은 100g 정도이므로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금치는 날 것이면 수산이 많으나 끓이면 어느 정도 수산의 제거가 가능하다. 특이한 정보 중 하나는 우리의 식단의 특성상 거의 무시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먹는 시금치 요리는 대부분 “참깨”를 넣으므로 수산의 작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사실이다. 오늘부터 해 먹는 시금치는 반드시 참깨를 듬뿍 칠 필요가 있다.

시금치를 데칠 때는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살짝 데치는 게 좋으나 그래도 비타민의 30% 가량은 파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엽록소와 푸른 것이 남아 있게 하려면 끓일 때 뚜껑을 덮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규환의 시금치 요리특선
"시금치만 사오면 다 해드릴께요"

1.시금치 나물

가장 흔히 해 먹는 요리인데 뿌리 잔털만 제거하고 원뿌리는 그대로 살려야 한다. 맹물을 끓이다가 소금 반 숟갈 정도만 넣고 한 두 번 뒤집어 완전히 풀이 죽기 직전에 꺼내는 게 중요하다.

건져내고서 물기를 꼭 짜서 포항초 등 야생은 그대로 하고, 조금 큰 것은 잘라서 먹기 좋게 한다. 여러 양념을 하기 전에 미리 간을 해서 고루 퍼지게 해야 한다. 녹색 채소인 시금치와 잘 어울리는 홍당무(당근)을 채 썰어 넣으면 미각과 함께 시각 자극 효과도 크다. 반드시 참깨를 넣고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트리면 좋다.

2.시금치된장국과 시금치죽

일반 된장국 끓일 때와 별반 다르지 않으나 된장을 잘 으깰 필요가 있다. 시금치는 마지막 파 넣기 직전에 넣어야 영양소 파괴와 섬유질 일부를 느끼며 먹을 수 있다.

죽은 된장국 끓일 때와 같으나 미리 불려 둔 쌀을 조금 넣어 푹 퍼지게 한 다음 시금치를 넣으면 된다. 시금치 죽은 ‘시어머니와도 나눠 먹지 않는다’는 “아욱죽” 다음으로 맛있고 끝내주는 음식이다.

3.시금치 겉절이

시금치의 영양소를 다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남새의 향을 느낄 수 있어 한 번쯤 먹어 볼 만한 요리다. 본 내용에서도 나왔지만 수산의 작용으로 결석을 일으킬 염려가 있으므로 신장병 질환자는 삼가는 게 좋다. 맛있게 먹는 방법은 다른 겉절이 보다 멸치젓갈을 듬뿍 치면 훨씬 더 맛있다.

4.시금치 잡채

시금치 나물과 같은 요령으로 살짝 데쳐 잡채의 주 재료로 쓰면 된다. 잡채를 할 때 시금치와 표고버섯, 팽이버섯, 홍당무, 붉은 고추를 조화롭게 하면 보기에도 좋고 눈요기로도 끝내준다.
/ 김규환

덧붙이는 글 | 시금치가 곧 철이 지납니다. 마지막 겨울 채소를 드시려거든 서두르십시오. 가능하면 다듬지 않은 걸 사와서 조금만 수고하시면 뿌리에 있는 영양소를 다 드실 수 있습니다. 잎보단 뿌리입니다. 건강하세요.

*이 기사는 풀무원테크 네츄럴하우스 수원화서점 홈페이지(www.allfull.co.kr)를 참고해 썼습니다.

덧붙이는 글 시금치가 곧 철이 지납니다. 마지막 겨울 채소를 드시려거든 서두르십시오. 가능하면 다듬지 않은 걸 사와서 조금만 수고하시면 뿌리에 있는 영양소를 다 드실 수 있습니다. 잎보단 뿌리입니다. 건강하세요.

*이 기사는 풀무원테크 네츄럴하우스 수원화서점 홈페이지(www.allfull.co.kr)를 참고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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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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