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10

등록 2003.02.12 18:31수정 2003.02.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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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주몽에게 어떤 일을 맡겼으면 하오?"

이때 대소가 모르는 척 슬며시 끼어 들었다.


"오늘 사냥을 해보니 말들이 힘이 없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이는 말먹이는 관리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다는 얘기니 이를 문책하시고 다른 이로 임명하소서."

금와왕은 대소의 말을 듣자 주몽을 불러올 것을 지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몽이 금와왕 앞에 당도했다.

"주몽이 이미 성인이 되었음에도 아무 직책도 맡지 못해 안타까웠도다. 그러니 오늘부터 왕궁으로 들어와 말먹이는 일을 맡도록 해라. 말먹이는 일이 하급관리나 하는 일이라 여길지는 몰라도 강인한 말이 없이는 전쟁을 치를 수도 없으니 나라의 기틀을 좌우하는 직책이라 할 수 있다."

"삼가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주몽은 금와왕 앞에서 물러난 뒤 말을 놔둔 채 자신이 사는 마을 쪽으로 터벅터벅 걸었다. 한참이 걸릴 터였지만 주몽에게는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대소왕자가 주몽에게 저지른 일을 오이가 왕에게 보고했지만 금와왕은 뭐가 대수냐는 듯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건 아무래도 좋았지만 왜 자신을 차라리 그냥 놔두지 않고 말먹이 일을 맡기는지에 대해서는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이보시오! 주몽공자!"

뒤에서 오이일행이 말을 타고 쫓아오고 있었다. 혼자 있고 싶었던 주몽은 오이일행이 그리 달갑게 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를 두고 가시면 매우 섭섭하오. 사냥의 성공을 축하하는 술과 함께 먹기 어려운 호랑이 고기까지 떼어놓았소. 참, 국왕께서 주몽공자를 불렀다고 들었소이만?"

주몽이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저보고 말먹이 일을 당부하시더이다. 전 이만 걸어서 갈 생각이니 그만 돌아가십시오."

오이일행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리가 다급하게 얘기했다.

"국왕이나 대소왕자가 뭔가 낌새를 눈치챈 것이 아니오? 이건 주몽공자와 우리를 갈라놓고 지켜보자는 속셈인 거 같소."

오이, 마리, 협부의 얼굴위로 그늘이 드리워졌다.

동부여 탈출

왕궁에 들어선 주몽은 어머니인 유화부인부터 찾아갔다. 명목상으로는 오래간만의 문안인사지만 주몽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가장 의지할 곳이며 솔직한 심정을 논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어머니인 유화부인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자 문안드리옵니다. 그간 별고 없었는지요."

유화부인은 아들을 안쓰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젊은 날의 불장난으로 낳은 자식이지만 유화부인은 주몽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아버지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얘기했고 금와왕과의 사이에 자식이 없었다는 것이 더욱 지속적인 배려를 하게끔 만들었다.

"그래, 말먹이 일을 맡았다지?"

유화부인은 이미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 주몽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울컥하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소자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대장부로 태어나 꿈을 펼치고 싶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분에 묶여있으며 뭇 사람들이 업신여김이 심하옵니다. 왕궁의 하찮은 일을 맡을 바에야 머나먼 곳으로 떠나고 싶사옵니다."

유화부인은 주몽이 말먹이 일을 기꺼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금와왕이나 대소의 입장은 주몽과 어울려 다니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기에 타일러 말했다.

"평생 말먹이로 이곳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왕께서도 네 재주를 알아주고 귀히 쓸 날이 올 것이다. 떠난다는 말만은 말거라."

"그렇다고 해도 대소왕자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유화부인은 얕은 한숨을 쉬며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너도 혼인할 상대를 찾아야 되는데 이번 영고 때는 봐둔 처자라도 있느냐?"

유화부인의 말에 주몽의 뇌리에서는 예주낭자가 슬며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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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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