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14

등록 2003.02.17 17:20수정 2003.02.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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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해 보시지요."

"실은 오늘밤 예주낭자와 여기서 혼인을 치르고 싶습니다."


예주낭자는 주몽의 말에 놀라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예? 양가 부모님께서는......"

"어쩔 수 없이 불효를 저질러야겠습니다. 예주낭자의 부모님에게는 승낙을 받지 못했고 어머님께는 제가 나중에 잘 말씀드릴 것입니다."

"허허......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급박하니 대접부터 소홀해지지 않소?"

주몽은 괜찮다며 오히려 오이를 위로했다.


"이 혼인은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이니 그러하외다. 낭자와 난 혼인 후 이곳을 떠날 생각이오."

오이는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가 하인들을 시켜 음식을 장만하도록 지시했다. 혼인을 치르면 떠나겠다는 주몽의 말 때문에 오이로서는 들어주기 싫은 얘기였지만 남녀사이란 남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주몽의 부탁을 전부 다 거절하여 의를 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따지고 보면 큰 부탁부터 먼저 해놓고 거절당하면 그보다 작은 부탁은 들어준다는 주몽의 계산이 깔려 있었지만 오이는 이를 눈치채지는 못했다.


휘영청 달이 뜬 하늘 아래로 오이, 마리, 협부 세 사람만이 배석한 가운데 혼인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데릴사위가 일반화 되어있던 당시 사회에서 이런 혼인은 곧 보편성에 대한 반발이나 상관없었다. 이는 어쩌면 주몽의 어머니에게서부터 내려온 업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 이렇게 신방이 누추해서 어쩌나!"

오이로서는 모든 게 주몽에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로서는 냉정히 판단해 미리 주몽과 자신의 뜻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눈치 챘어야 했지만 인간적으로 주몽에게 끌리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이런 오이에 대해 마리와 협부가 다소 불만을 가졌던 게 사실이지만 주몽의 누추한 혼인식 앞에서는 이들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래도 주몽은 거의 황후 대접을 받고 있는 유화부인의 아들이 아닌가.

하지만 주몽과 예주로서는 모든 것이 꿈만 같고 행복할 뿐이었다. 속절없이 빠르기만 한 주몽과 예주의 첫날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한편 대소왕자는 마가(馬加)저여와 함께 그간 수집해 왔던 오이 등의 반역음모에 대해 금와왕과 귀족들에게 보고할 문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뢰옵니다. 지금 오이의 집에서 사람이 왔사옵니다."

대소왕자와 저여는 오이의 집에서 온 이를 맞이했다. 그 사람은 오이의 집에 있던 하인들 중 한 사람이었다.

"아뢰옵니다. 오이의 집에 주몽공자가 찾아왔사옵니다."

대소왕자와 저여는 잘됐다는 듯이 안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무슨 얘기를 나누더냐?"

"잔치준비를 시킨 후 아래 사람들의 출입을 금해서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엿듣지 못했습니다."

대소는 작은 금을 건네 주고는 어서 물러가라며 손짓을 했다. 오이의 하인은 허둥지둥 자리에서 빠져나갔다.

"주몽까지 걸려들었으니 이로서 모든 준비는 끝난 셈입니다. 내일 아침 어전회의 때 모든 것은 마무리 될 것입니다. 마가께서는 이 문서를 어서 폐하에게 드리시오."

"이르다 마다 이겠습니까. 급히 다녀오겠습니다."

저여는 문서를 품에 안은 채 서둘러 왕을 알현할 것을 청했다. 약간 짜증난 목소리로 다음날 보자고 말하던 금와왕은 저여가 매우 급한 일이라며 간청하자 몇 번의 기침소리가 함께 문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오?"

"모반이옵니다. 이것을 보시옵소서."

저여가 건내준 문서를 촛불 아래서 받아 읽는 금와왕의 손길이 부르르 떨렸다.

"주몽 결국 이놈까지! 당장 이 자들을 잡아 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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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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