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13

등록 2003.02.16 17:33수정 2003.02.1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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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은 예주낭자와 함께 조심스레 말의 입을 벌리고 혓바닥에 박혀있는 바늘을 뽑아 내었다. 입안에 있던 이물질이 없어지자 말은 크게 한번 울부짖으며 앞발을 들어 올렸다.

"이 말은 낭자의 기지로 인해 얻게 된 것이나 다름없구려."


예주낭자는 조용히 웃으며 말을 쓰다듬었다. 일인즉, 주몽은 그간 봐두었던 준마를 얻기 위해 예주낭자의 지혜를 빌어 대소왕자가 말을 고르러 온 며칠 전에 혓바닥에 바늘을 찔러놓았다. 그로 인해 말은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 비썩 말라갔던 것이었다.

"그간 내가 너에게 못할 짓을 했구나. 널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단다."

주몽도 말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예주가 그런 주몽을 바라보다가 그 답지 않게 살짝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레 얘기했다.

"아버지께서는 여전히 혼인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신분이 불확실한 주몽에게 자신의 딸을 맡길 수 없다는 예주낭자의 아버지는 오히려 서로간의 만남조차 방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워낙 괄괄한 성격의 예주인지라 집에 가둬놓으면 식사조차 하지 않고 매번 와서 그 부당함을 따지고 혼인을 허락할 것을 간청하니 할 수 없이 밖으로 나가는 것만은 허락하고 있었다.


"...날 믿고 따를 수 있소?"

주몽은 잠시 말이 없다가 예주에게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무슨 말입니까! 주몽공자님을 믿고 따르는 건 물론이지만 주몽공자도 절 믿고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다신 그런 말 마옵소서."

"그렇다면 나와 함께 가봐야 할 곳이 있소."

잠시 후 주몽이 말을 끌고 예주낭자와 함께 온 곳은 오이의 집이었다. 주몽이 온 것을 알자 오이는 거의 맨발로 뛰어나오다 시피하며 반가워했다. 뒤에는 마리와 협부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몽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니, 그간 뭘 하셨기에 이렇게 만나기 어려웠던 겁니까? 자, 안으로 드시지요."

협부가 잔뜩 부은 얼굴로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뭘 하긴, 말 쳐 먹이려다가 세월 다 보냈지."

오이가 무슨 결례라는 듯 무서운 얼굴을 하고 노려보자 협부는 고개를 숙이며 움츠려 들었다.

"자, 이 낭자께서는..."

같이 들어선 예주낭자를 보며 오이가 묻자 주몽은 혼인할 사이라고 해서 다시 한번 오이들을 놀라게 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두 가지 부탁할 일이 있어서입니다."

"어서 말씀하시지요. 주몽공자의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주겠소이다."

주몽은 목소리를 약간 낮추었다.

"일전에 저는 공에게 초면부터 새로운 국가를 열겠다는 말을 한바 있습니다."

오이는 주몽이 무슨 말을 하려는가 싶어 몸을 약간 숙였다.

"전 새로운 국가를 세우기 위해 이곳을 떠날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공께서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이와 마리, 협부는 아연 질색한 표정으로 주몽을 쳐다보았다. 오이가 생각하고 있는 바는 동부여 안에서 주몽과 함께 주도권을 잡아나가는 일이었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라를 등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주몽에게 모든 것을 기대고 떠난다는 것은 오이 등으로서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은 들어줄 수가 없소. 주몽공자께서 이 곳을 떠날 생각이라면 난 오히려 이를 말리고 싶을 뿐이오."

주몽은 알겠다는 듯 머리를 끄덕거렸다.

"저도 이런 대답이 나올 거라 예상은 했습니다. 공과 저와의 차이는 이로서 명확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부탁은 꼭 들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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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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