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18

등록 2003.02.21 17:24수정 2003.02.2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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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아 물살이 저렇게 거센데 무슨 헤엄은 헤엄인가! 더구나 헤엄을 치지 못하는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오이가 협부를 다그쳤지만 아예 협부는 웃통부터 훌러덩 벗고 물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저기 새들이 모여있는 곳이 보이십니까?"

주몽이 가리킨 곳에는 기러기 떼가 강 주변에 모여있었다.

"저곳에 새들이 모여있으니 필시 깊이가 얕고 물살은 약해지는 곳입니다. 제가 먼저 밧줄을 가지고 걸어서 건너가 이어 볼 테니 여러분들은 그 줄을 잡고 따르십시오."

"하지만 물살이 빠르지 않소."

오이가 염려스러운 투로 지적하자 주몽은 그마저도 생각해 두었다는 듯이 큰돌들을 보며 말했다.


"등에 큰 돌 하나씩을 지고 갈 것이오. 그럼 물살에 휩쓸려 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몽은 조금도 망설임도 없이 긴 밧줄을 들고 기러기 떼가 모여있는 곳으로 가 나무와 허리에 묶더니 큰돌을 하나 골라잡고서 등에 지고 강을 풍덩풍덩 건너갔다. 협부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혀를 찼다.


"저......저...... 맨몸으로 걸어가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돌을 지고 가누?"

모두들 주몽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순조롭게 강을 건너던 주몽은 강 중간 즈음에서 머리까지 거의 잠겨 버렸다. 사람들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밧줄을 이용해 도로 건져 올리려고 했지만 주몽은 머리만을 드러내어 놓은 채 괜찮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마침내 강 건너 편까지 건너간 주몽은 밧줄을 나무에 걸고선 건너오라는 손짓을 했다.

비록 밧줄을 걸었다지만 단지 그것에만 의존해 말을 끌고 강을 건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이 일행은 거의 기진맥진 한 채로 강 건너편에 다다랐고 주몽의 담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 이제 마무리가 남았습니다."

주몽은 활과 화살을 꺼내어 심호흡을 하더니 힘껏 시위를 당겼다. 주몽이 무슨 행동을 하는 지 어리둥절해 하던 사람들은 힘차게 날아가는 화살이 건너편에 밧줄을 묶었던 나무로 날아가 스치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과연 주몽이라 불릴 만 하구나! 저렇게 멀리까지 화살을 날리다니!'

게다가 화살은 정확히 밧줄을 끊어놓기까지 해 사람들의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주몽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옷을 벗고 있었다.

"여기서 불을 피우고 젖은 옷을 말립시다."

"그러다가 추격병들이 쫓아오면....."

마리의 걱정에 주몽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들은 강을 건널 엄두도 못 낼 것입니다."

얼마 뒤 강가에 당도한 대소와 병사들은 강 건너편에서 주몽일행이 태연히 불을 피우고 옷을 말리는 것을 보며 발만 동동거리고 있었다.

"배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저놈들이 강을 건넌 것이냐! 강을 건너 저놈들을 사로잡는 병사에게는 포상을 내릴 것이리라!"

하지만 강을 건너 헤엄을 치던 병사하나가 도중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도로 강기슭으로 건너온 병사들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저들은 아마도 강의 신이 돌보아 물고기와 자라를 밟고 강을 건넜나 보다."

한 병사의 넋두리에 대소는 크게 이를 꾸짖으며 말을 달려 돌아가 버렸다. 주몽은 강 건너 편에서 이를 바라보며 냉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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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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