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30

등록 2003.03.06 18:12수정 2003.03.0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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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족이 여길 알고 온 것인가!"

협부가 급히 도끼를 고쳐들고 말 위에 오르려고 하자 부분노가 외쳤다.


"잠깐 기다리시오. 저쪽은 소노부가 있는 곳이 아닙니까. 필시 증원병력이 오는 것일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연타발이 자신을 따르는 부하 십 여기와 함께 주몽을 도와주러 온 것이었다. 사랑하는 딸이 전쟁터로 뛰어들었다는 사실과 개인적 복수심이 맞물려 연타발이 다른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정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자발적으로 나선 이들만 이끌고 나선 것이지만 이는 주몽에게 있어서 큰 힘이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연타발은 주몽에게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지휘는 주몽공자께서 해주시오! 어떤 지시든 따르리다!"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주몽은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시한 후 막사 안에서 작전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저들의 수는 백 여명, 우리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게다가 저들은 모두 기병인 반면 우리는 삼십여기 정도가 기병일 뿐입니다. 따라서 정면 대결로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그래도 사나이라면 몸과 몸을 맞대며 승부를 내야 하는 것 아니겠소!"

협부의 말에 묵거가 웃으며 대답했다.


"협부 공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오. 단,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계책을 따른다면 적을 무찌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계책입니까?"

"유인책입니다. 이 계책을 쓰기 위해서는 협부공 같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무작정 유인을 해서는 싸움에 익숙한 자들인지라 쉽게 넘어가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들은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으니 먼저 공격을 해서 피해를 입히면 틀림없이 이성을 잃을 것이오. 그 후 구덩이를 파놓고 저들을 유인해서 대오를 흩트리고 무찌르는 것이오."

"좋은 생각이오. 당장 달려가겠소!"

협부가 또 다시 달려나가려 하자 부분노가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지금 가는 것 보다 밤을 틈타 기습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바람이 불고 날이 흐리니 오늘밤은 달빛이 비치지 않소."

주몽과 묵거는 부분노의 말에 동의한다는 표시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날밤, 주몽, 오이, 재사, 마리, 부분노, 협부, 무골이 조용히 말갈족의 진지로 숨어들었다. 먼저 부분노가 뛰어들어 보초를 단숨에 해치운 후에 손짓을 하자 모두들 말에 올라 말갈족의 막사에 불을 지르고 짓밟았다.

"적을 잡기보다는 저들의 말을 모조리 풀어 버려라!"

말갈족들은 한편으로는 기습을 막기 위해, 한편으로는 도망가는 말들을 잡기 위해 허둥대었다. 어둠으로 인해 말갈족들은 누가 적인지도 분간이 안될 지경이었다. 용맹스런 말갈족 하나가 용케 말을 집어타고 창을 휘두르며 달려들었지만 협부의 도끼질에 반 토막이 나 말 위에서 굴러 떨어졌다.

"이만 됐다! 물러가자!"

주몽과 그 일행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채 재빨리 말갈족의 진지에서 빠져나갔다. 뒤늦게 적이 몇 명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안 말갈족 몇몇이 말을 집어타고 뒤쫓았지만 주몽의 화살 두 대에 에 선두에 나선 두 명이 순식간에 꼬꾸라지자 기가 죽어 버렸다.

기습으로 입은 말갈족들의 인원손실은 크지 않았지만 의외의 기습에 놀란 데다가 흩어진 말을 되찾느라 쉬지도 못하고 꼬박 밤을 새워야 했다. 그동안 휴식을 충분히 취한 주몽일행이 아침 일찍 말갈족 앞에 다시 나타나 도전해 오자 그들은 크게 분개해 했다.

"땅 파먹고 사는 놈들이 감히 우리에게 정면으로 부딪히겠다는 거냐!"

농경을 주로 하는 측에서 유목민들을 야만스럽다고 무시하듯이 유목민도 농경민들을 자기 땅에서 꼼짝도 못하는 미련한 것들이라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 자들에게 기습을 당한 것도 모자라 얼마 안 되는 병력으로 정면으로 부딪혀 오니 말갈족으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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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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