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고주몽 29

등록 2003.03.05 18:02수정 2003.03.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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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법은 써서는 안될 것입니다. 말갈족이 어느 방향으로 치고 들어올지도 모르는 형편에 넓은 지역을 모두 목책으로 둘러싸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인원도 부족합니다."

"그럼 어쩌면 좋겠소?"


연타발도 알긴 하지만 답답하다는 듯이 주몽에게 물었다.

"간단합니다. 먼저 저들을 치러 가는 것입니다."

좌중이 주몽의 말에 소란스러워졌다. '말도 안 된다.', '다 죽으러 가자는 거냐.', '젊은이가 말갈족에 대해 뭘 모른다.' 등 반대의견이 마구 쏟아졌다. 주몽은 단호한 어투로 얘기했다.

"여러분들의 의견도 맞습니다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격입니다. 말갈족들은 이곳을 누차 침입한 적이 있었고 그때마다 방어만 하며 소극적으로 싸워왔다 들었습니다. 저들의 동태를 보건대 추수가 끝나면 식량을 약탈하기 위해 올 것이고 그로 인해 지금은 방심하고 있을 터입니다. 이를 틈타 기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고 향후 다시는 말갈족이 우리를 업수이보고 침범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소규모 촌락들의 수장들은 주몽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팔짱을 낀 체 아무런 말이 없는 연타발을 향해 주몽이 물었다.


"제 의견을 따르시겠습니까?"

연타발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연타발의 생각이나 감정상으로도 주몽의 말을 쫓고 싶지만 다른 이들이 이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전력을 다해 말갈족을 공격해 들어가도 모를 판에 의견이 갈라지면 연타발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이때 장막 뒤에서 월군녀가 칼을 찬 채 뛰어 들어왔다.


"뭘 망설이십니까! 주몽 부족장의 말이 지극히 옳습니다. 아버님이 승낙하지 않더라도 난 주몽 부족장을 쫓아 말갈족을 치러 갈 것입니다!"

연타발이 평소 둘째딸 월군녀의 말이라면 꼼짝없이 들어주곤 했기에 더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는 듯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싸우러 가겠다는 사람들만 가시오. 우린 여기서 가족들을 보호하겠소."

다른 촌락의 대표자들은 이 말만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연타발은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렸고 월군녀는 당차게 말에 올라 주몽을 따라 나갔다.

"오히려 잘됐습니다. 싸울 의지가 없는 이들을 억지로 끌고 가봐야 전혀 득이 될 것은 없습니다."

묵거가 이렇게 말하고선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을 점고해 보았다. 계로부의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동원해 삼십여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는 하나 협부, 무골 같은 용사와 부분노같이 문무를 겸한 장수, 오이, 재사, 마리 등의 인재를 거느리고 있는 계로부의 사기는 충천해 있었고 이번이 졸본천에서 계로부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산 아래로 내려와 막사를 꾸리고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전투를 하기에 앞서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금물입니다. 누가 말갈족의 동태를 살펴보러 가시겠습니까?"

주몽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부분노가 앞에 나섰다.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부분노는 재빨리 말에 뛰어올라 뛰어나갔다. 오래지 않아 돌아온 부분노는 말갈족의 동태를 보고했다.

"저들은 여기서 십 오리 밖에 있으며 그 수는 백 여명 정도입니다. 모두 말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우릴 얕보고 방심하고 있는 게 틀림없소. 당장 쳐들어갑시다!"

협부가 도끼를 쳐든 채 힘차게 외쳤다.

"아무리 그래도 정면 승부는 위험하지요. 신중해야 합니다."

묵거의 말에 계속 툴툴거리는 협부를 보고 무골이 뭐라고 퉁을 주려는 찰나 멀리서 뿌연 먼지와 함께 사람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것이 주몽의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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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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