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59

등록 2003.04.08 17:41수정 2003.04.0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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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서 내려온 진속은 어떻게든 오녀산성을 점령할 계획을 세우느라 전전긍긍했다. 그런 진속의 눈에 지평선에서 뿌옇게 먼지가 일어나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뭐가 오는 것이냐? 누가 가서 알아보도록 하라."


진속의 부하가 급히 뛰어와 알렸다.

"아룁니다! 고구려왕이 이끄는 부대가 지금 도착했습니다."

"뭐라! 말도 안 된다!"

진속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녀산성에서 사람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임둔군에 있는 군사가 이렇게 빨리 도달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임둔군에서 사로잡은 포로의 말을 듣고서 신속히 군사를 돌린 주몽은 오녀산성이 포위되어 있는 것을 보고선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도중에 오녀산성이 공격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러 온 자와 마주치긴 했지만 만약 늦어졌다만 아무리 왕비와 묵거가 지키고 있더라도 적은 병사 수로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주몽은 정찰병을 수시로 보내 한군(漢軍)의 전력을 파악하도록 했다. 이틀 동안 서로 대치하며 최종적으로 파악한 바로는 보병 2천, 말갈기병 1천의 정도의 전력이었다. 보병의 수는 2천 대 천 팔백으로 거의 비슷했고 사기 등을 따져보면 오히려 고구려가 앞선다고 할 수 있지만 기병의 숫자에서는 1천대 오백으로 2배의 차이가 나는 셈이었다

"저들이 어떻게 저렇게 많은 말갈기병과 합세하기 되었는지는 몰라도 우리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소."


재사와 오이도 이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말갈기병이 파상적으로 공세를 가해올까 걱정된 그들은 기병 돌격을 저지하는 거마창을 일렬로 배치하는 등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진속도 고구려의 기병 전력이 자신들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심리적인 압박을 가해오기 위해 사흘째 되는 날 말갈기병을 수 십 명씩 내 보내어 활을 쏘며 위협하는 행동을 수시로 했다.

나흘째 되는 날 그간 부상이 다 나은 협부가 말을 집어타고 도끼를 들고선 도전해 왔다. 진속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편장 하나를 내보내었다. 그러나 단 일합만에 그 편장은 협부의 도끼질에 머리가 쪼개져 나뒹굴었다. 한군(漢軍)이 이 모양새를 보고 뒤숭숭해지기 시작했다.

"저 무식한 놈은 뭐냐? 장막을 불러라."

이대로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느낀 진속의 명에 따라 장막이 창을 들고 말을 탄 채 협부에게로 갔다.

"난 대한의 요동군 평곽현령 군위 장막이다. 내 이름을 대라!"

협부는 코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난 대 고구려 발위사자 협부라고 한다. 각오는 되어 있느냐!"

협부와 장막의 도끼와 창이 몇 합인가 볼만하게 어우러졌지만 장막은 곧 힘이 달림을 느끼고선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와하하하하! 여긴 허약한 것들밖에는 없구나!"

한군(漢軍)은 완전히 기가 죽어 전날 말갈기병의 활약으로 얻은 사기를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자연히 말갈족들은 별 힘도 못쓰면서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곤 하는 한군을 깔보기 시작했다.

닷새 째 되는 날 고구려군의 진지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진지 앞에 세워졌던 거마창이 걷어지더니 부분노가 거느린 고구려 기병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한군(漢軍)의 측면을 노리며 돌격하기 시작했다. 진속은 급히 말갈기병을 출동시켰다. 고구려 기병들은 말갈 기병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더니 일제히 측면으로 내달리며 활을 쏘기 시작했다. 말갈족 몇몇이 활에 맞아 꼬꾸라지자 흥분한 말갈족들은 고구려 기병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 즈음에 고구려 보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건 말갈기병을 싸움터에서 떼어놓고 보병으로 승부를 보자는 수작입니다! 어서 기병을 제자리에 정돈시켜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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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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