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일출과 일몰

요란하지 않은 아름다움

등록 2003.04.15 07:32수정 2003.04.1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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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3년 4월 15일 종달리 해안가 전망대에서.

2003년 4월 15일 종달리 해안가 전망대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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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새벽의 싸늘한 기운은 밤새 텁텁해졌던 속을 청정하게 해 줍니다. 새벽 4시 40분, 하늘에는 별들이 막바지 빛을 더욱 더 영롱하게 내고 있고 달은 서서히 기울어 가고 있습니다. 별이 영롱하고 달빛이 붉은 것을 보니 오늘 일출은 멋있겠구나 싶습니다.


오늘은 새벽예배를 마치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멀리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새벽빛에 희미하고 바다새들이 바다위로 낮은 비행을 하며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분주합니다. 점점 붉은 기운이 퍼지는가 싶더니 붉은 해가 우도위로 솟아오르면서 이내 바다를 붉게 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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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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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밤새 만선의 꿈을 안고 거친 바다에서 고기를 잡던 어선들이 하나 둘 성산항과 두문포항으로 들어옵니다. 어떤 이에게는 하루의 시작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휴식의 시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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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비슷한 시간대의 사진 같지만 하루의 일과가 끝나 가는 오후의 석양을 담은 사진입니다. 오는 것과 가는 것의 구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는 것이나 가는 것이나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고, 내일의 태양을 본 사람들은 없지만 자연의 섭리 속에서 깨닫고 경험한 바대로 내일 저 태양이 다시 떠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죠.

'믿음'이라고 했습니다.
신약성서 히브리서 믿음장에 보면 믿음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라"

아직 내일의 태양을 보지 못했지만 그리고 지금은 태양을 보내주어야 하지만 긴긴밤이 지나고 나면 다시 태양이 너른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는 것과 오는 것에 대해 덤덤하게,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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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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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빛의 굴절이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 다른 색으로 다가오는 자연의 모습, 우리의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듯 합니다.

주상절리대의 돌들을 검은 색으로만 바라보았는데 석양빛을 담으니 황토 빛을 냅니다. 어쩌면 석양이 질 무렵 잠시의 모습이지만 그 모습이 본래의 색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연의 오고 감은 요란스러움이 없습니다. 오고가는 것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러나 깊은 감동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이런 자연과 같은 사람, 이렇게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이 땅 여기저기에 있기에 살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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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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