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의 뒤를 따르랴 (3)

항일유적답사기 (4) - 하얼빈 역, 안중근 의사

등록 2003.04.23 12:52수정 2003.04.25 09:27
0
원고료로 응원
대한의군 참모장으로서 대한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행한 것이니 만국공법으로 처리하라.
대한의군 참모장으로서 대한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행한 것이니 만국공법으로 처리하라.
인류의 양심

거사 후 즉시 안 의사는 하얼빈 역구내 러시아 헌병분파소로 연행되어 온몸 수색과 간단한 신문을 받았다.


그 날 저녁 8시 무렵 일본 측의 강력한 요구로 안 의사는 러시아 검찰관이 직접 호송해서 하얼빈 일본영사관으로 인계되어 지하 감방에 유치됐다.

그곳에서 10월 30일부터 본국에서 급파된 일본 검찰관 미조부치 다카오에게 신문을 받았다. 안 의사는 조금도 굽힘이 없이 당당하게 이토 히로부미의 죄악상을 낱낱이 폭로했다.

하나, 한국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둘, 한국 황제를 강제로 폐위시킨 죄
셋, 을사 5조약과 정미 7조약을 강제로 체결한 죄
넷, 무고한 한국인을 학살한 죄
다섯,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

여섯, 철도, 광산, 삼림, 천택(川澤)을 강제로 빼앗은 죄
일곱,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
여덟, 군대를 해산시키고 사법권을 인수한 죄
아홉, 교육을 방해한 죄
열, 한국인들의 외국유학을 금지시킨 죄

열하나,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 버린 죄
열둘, 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
열셋,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경쟁이 쉬지 않고,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한국이 태평무사한 것처럼 천황을 속인 죄
열넷, 동양의 평화를 깨뜨린 죄
………


이러한 거사 이유와 아울러 “내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것은 한국 독립전쟁의 한 부분이요, 일본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전쟁에 패배하여 포로가 된 때문이다.

그날의 의거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하얼빈 역 플랫폼.
그날의 의거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하얼빈 역 플랫폼.박도
나는 개인 자격으로 이 일을 행한 것이 아니라, 대한의군 참모장으로서 조국의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서 행한 것이니 나를 만국 공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라”하고 안 의사는 초지일관 의연하게 사자후를 토했다.


안 의사는 그해 11월 2일 하얼빈 일본영사관 지하 감방에서 뤼순 감옥으로 옮겨졌다. 이듬해 2월 7일부터 공판이 시작되어 2월 14일 6차 언도 공판에서 사형을 언도 받았다. 불과 열흘도 안 되는 초고속 재판이었다.

1910년 3월 26일 일제는 뤼순 감옥에서 안 의사를 교수형으로 처형한 후 재판의 결과에 만족하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인류의 양심은 오히려 안 의사에게 월계관을 씌어 주었다. 당시 영국의 〈더 그래픽〉지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세기적인 재판의 승리자는 안중근이었다. 그는 영웅의 월계관을 거머쥔 채 자랑스레 법정을 떠났다. 그의 입을 통해 이토 히로부미는 한낱 파렴치한 독재자로 전락했다."

그 날 하얼빈 플랫폼에서 이토와 함께 안 의사에 총탄을 맞아 중상을 당하고 살아났던 만주철도 이사 다나카는 뒷날 다음과 같이 안 의사를 회고했다.

“나는 당시 현장에서 10여 분간 안중근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총을 쏘고 나서 의연히 서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신(神)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음산한 신이 아니라 광명처럼 밝은 신이었다. 그는 참으로 태연하고 늠름했다. 나는 그같이 훌륭한 인물을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안 의사가 순국한 뤼순(旅順) 감옥. 191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는 자신을 흠모하는 간수에게 "爲國獻身軍人本分(나라를 위해 몸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마지막 유묵을 남기고 당당하게 죽음을 맞았다.
안 의사가 순국한 뤼순(旅順) 감옥. 191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는 자신을 흠모하는 간수에게 "爲國獻身軍人本分(나라를 위해 몸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마지막 유묵을 남기고 당당하게 죽음을 맞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