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74

등록 2003.04.25 18:00수정 2003.04.2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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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대소의 발 밑에 앞 드렸다.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제가 받은 것은 모두 태자 마마께 바치겠습니다."


대소는 더욱 화를 내며 저여를 나무랐다.

"내가 고구려의 주몽이 준 더러운 물건을 탐해서 이러는 줄 아시오! 제 정신이 있거든 내가 보는 앞에서 당장 그것들을 태우시오!"

저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귀한 물건들을 대소가 보는 앞에서 모조리 태워야 했다. 한참 타고 있는 물건들을 보고 있는 대소에게 사람이 찾아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무슨 일인지 모르나 바쁘다고 하면 될 일을 뭐하러 여기까지 찾아와 날 찾느냐?"

소식을 전해온 사람은 굽실거리며 말했다.


"그 사람이 자기가 고구려에게 망한 행인국의 왕 주자아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미친 사람 취급했지만 말하는 본새나 옷차림으로 보아선 신소리 같지가 않았습니다."

대소는 반신반의하며 저여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자신이 주자아라고 한 이는 단정한 차림새에 서성거리며 대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이 주자아요?"

"그렇습니다. 바로 부여국의 태자마마이시군요."

주자아는 공손히 예를 올리며 한스럽다는 듯 통곡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부디 제 한을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행인국이 망한 지 8년이 지났는데 이제 여기에 와 뭐하는 것이오?"

대소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짜증 섞인 태도로 말했다. 주자아는 흐느끼며 말했다.

"잔인 무도한 고구려왕 주몽이 행인국을 집어삼킨 후 저는 고구려에서 빠져나와 여기저기를 정처 없이 방황하며 나라를 다시 일으킬 방도를 모색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태자 님을 만나게 된 것이옵니다. 부디 절 도와주시옵소서."

대소는 자리를 안으로 옮겨 주자아와 얘기를 더 나누어 보기로 했다.

"그런 일이라면 태자인 내게 청할게 아니라 응당 우리 폐하께 청해야 하질 않소?"

"듣자하니 부여의 국왕께서는 고구려와 화친했다고 하는데 제가 가면 당장 고구려로 압송될 지도 모르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도와 줬으면 좋겠소? 난 아직 태자일뿐더러 병권도 없소."

"제게 한 방도가 있지만 태자께서 들어주실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한번 얘기해 보시오."

주자아는 한숨을 크게 쉬며 또박또박 얘기했다.

"유화부인과 주몽의 부인인 예씨를 죽이시오. 그럼 부여와 고구려의 화친은 깨어지게 되 있소."

너무도 엄청난 말이라 대소와 저여는 깜짝 놀랐다. 저여가 꾸짖어 말했다.

"제 정신이 있는 거요? 그런 일을 감히 태자마마에게 당부하다니!"

주자아는 껄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려. 필시 난 용납되지 못할 테이니 서둘러 이곳을 뜨리다."

주자아가 간 뒤 대소는 멍하게 생각에 잠겼다. 저여는 그런 대소가 설마 일을 실행이라도 할까봐 더럭 겁이 났다.

"저 자가 행인국의 왕인지 미친 사람인지 알게 뭡니까. 이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십시오,"

"아니오. 저 자의 말이 맞는 구석이 있소. 게다가 주몽을 위험한 인물로 생각하는 날 정확히 보고 찾아오지 않았소?"

"그럼 진짜로 그런 일을 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러다간 태자마마께서도 무사하지 못합니다."

대소는 여유 있게 웃으며 저여를 진정시켰다.

"물론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오. 게다가 유화부인은 지금 큰 병을 앓아 누워있다고 들었소. 어차피 명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오. 차분히 기다렸다가 이를 이용할 것이오,"

대소의 말대로 유화부인은 깊은 병을 않고 있었다. 공식적인 왕비는 아니지만 왕비 대접을 해주며 평소 유화부인을 끔찍이 아끼던 금와왕은 매일같이 유화부인의 처소로 가서 병에 차도가 있는지 알아보곤 했다. 이런 연유로 인해 대소가 유화부인을 어찌 해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고 예주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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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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