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거촌 마을의 풍경.김남희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은 다 같다는 생각,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고, 낙원이란 이 세상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비관적 사고로 인해, 여행지를 선택하고 이동하는 데 있어서 가이드북이나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기에 루구호로 떠날 때 내가 특별한 것을 얻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리장의 번잡스러움을 피해 잠시라도 고즈넉한 숨고르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랐을 뿐이다.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리장 고성은 분명 중국이 자랑하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을 숙명처럼 끌고 가는 곳이었다.
마치 절세미인이 평생을 은근하거나 노골적인 눈길에 시달리던가 '박명'해야 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듯. 리장 역시 송대 이후 줄곧 간직해 온 그 우아하고 화려한 외양으로 인해 점점 더 사람들의 물결 속에 자신을 놓아버려야 했다.
완벽한 미모의 여인은 순간적으로 사람의 눈을 홀릴 지는 몰라도 곧 그 완벽함으로 인해 숨이 막히거나 지루해지지 않느냐고, 좀 허술한 구석이 엿보여 들어갈 수 있는 틈을 마련해주는 그런 사람이 좋은 거 아니냐고 묻는 내게 "남자는 질식해 죽더라도 우선은 완벽한 미모에 매달리는 법"이라고 누군가 일침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