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도시 상징물 '용' 모형박도
중국 사람들은 예로부터 용(龍)을 상서로운 동물로 좋아했는지, 중국 일대에는 인명·지명에도 ‘용’자가 유난히 많이 들어갔고, 각종 문양에도 빠짐없이 용을 새겨놨다.
룡정에서도 그랬지만 화룡 중심지 네 거리에도 철탑을 세우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양을 한 황금색 용을 걸어두었다.
화룡 시가지를 벗어나자 다시 비포장 도로였다. 우리가 탄 차는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서 창을 열고 달렸는데, 때문에 꼬박 후텁지근한 흙먼지를 뒤집어 썼다.
만주 대륙은 위도는 높지만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한여름 더위가 만만치 않았다. 바람조차 후끈한 지열이 밴 탓으로 습하고 뜨거웠다. 거울에 비친 내 몰골이 온통 먼지를 뒤집어 써서 호호 백발이었다.
출발 전에 좀 더 나은 차를 빌리지 못했던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러나 다행히 운전 기사는 이곳 지리에 비교적 밝았고, 지난해 청산리 전적지를 안내한 경험이 있는지라, 좋은 차보다 길을 잘 아는 기사를 만난 게 더 좋았다고 스스로 위안삼았다.
물론, 길도 잘 알고 차의 성능도 좋다면 비단에 꽃수를 놓은 격이겠지만, 세상사 어디 ‘물 좋고 정자 좋은 게’그리 흔한 일은 아닐 게다.
화룡에서 백두산 가는 길로 40여 분 달린 후, 운전 기사는 인적이 아주 드문 조용한 산촌 마을 들머리에 차를 멈췄다.
청산리 마을이라고 했다. 하지만 표지물을 찾아야 한다. 그 언저리를 헤매다가 마침 차 한 대 겨우 빠져나갈 오솔길 옥수수 밭 좁은 길섶에서 ‘부흥향 청산리(復興鄕 靑山里)’라고 새긴 표지석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