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만 이길 수는 없습니다"

학부형님, 학교는 가정과 다르다는 것을 가르쳐야

등록 2003.05.30 10:00수정 2003.05.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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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가정과 다르다

학부모님들이 어린이들에게 학교와 가정이 다르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학교는 가정에서처럼 생활을 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교사가 아무리 가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을 한다고 해 봐도 자기 집처럼 편안한 학교 교실은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학교는 가정과 달리 구성원 자체가 혈연의 관계가 아닌 일종의 계약사회인 것이다. 내가 이 학교를 떠나면 그때부터 나는 이 학교의 학생일 수 없지만, 가족이란 내가 이 식구이고 싶지 않다고 해서 가족이 아닐 수가 없는 혈연의 사회인 것이다. 그러므로 해서 학교라는 사회에서는 가족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이나 무조건적인 포용이 이루어질 수 없는 곳이다. 때문에 우리는 학교 교실에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야 하고, 그러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서로 협조하면서 남에 대해서 배려하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작은 사회인 것이다.

그런데도 각 가정에서는 학교와 가정에서 해야할 생활 태도를 바르게 가르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학교에서의 생활에 대해 조심을 하고 협조를 하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기는커녕 혹시 다투다가 맞고라도 오는 경우에는 "왜 맞고 다니니? 넌 다른 아이 밥 먹을 때 밥을 안 먹니, 옷을 안 입니? 네가 그 얘보다 키가 작니? 몸뚱이가 작니? 왜 그 아이한테 맞고만 다니는 거니? 너도 같이 때려 주고 싸워서 이기면 안 되니? 매번 이렇게 맞고 오는 거 정말 속이 상해서 죽겠다. 인제 또 싸우면 너도 좀 때려주고 와, 병신 같이 맞고만 다니지 말고....." 하면서 도리어 아이들과 싸우거나 아니면 다툼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경향이 더 많은 것 같다.

자주 맞고 다니는 아이의 부모의 입장에서 너무 화가 나니까 그런 말을 할만도 하겠지만, 정말 그렇게 해서 자기 자녀가 범죄를 지는 일이 있어도 괜찮다는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과연 그렇게 자기 자녀가 남에게 무조건 이겨야 하고, 남에게는 상처를 입혀서라도 꺾어야 하고, 다른 아이가 상처를 입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어도 내 자녀가 맞는 것보다는 괜찮다는 말인가? 이렇게 아주 작은 경우이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자기 감정을 이기지 못해하는 한마디가 자녀의 마음에 아로새겨져 자녀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교실당 인원수를 줄여 준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최소한 45명이 아닌가? 경기도의 경우 초등학교는 학급당 인원이 46명으로 조정이 되고 있어서, 학급당 45명이 넘는 어린이가 모여서 생활을 해야 한다. 이 많은 어린이가 각자 자기 가정에서 모두 '왜 지고 다니느냐? 너도 때리고 싸워라'한다면 과연 이 교실은 어떻게 되겠는지 생각해보았는가?


그렇지 않아도 학교는 4,50명의 어린이가 모여 있고, 이 어린이들이 제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제적, 사회적인 차이를 가졌지만 교실 안에서는 일단 평등한 관계에서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다른 환경의 각기 다른 아이들이 모두 자기만이 최고이고, 절대로 남에게 질 수 없다고만 한다면 과연 어떻게 하란 말인가? 과연 그렇게 해 가지고 학급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어린이들이 그런 환경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겠는가?


이 많은 어린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교사들의 고충은 얼마나 되는지 생각을 해봤는가? 자기 자녀가 잘못하여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다른 아이를 때려준다면, 그 아이의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그리고 학급의 아이들은 공부시간을 빼앗기기도 하고, 함께 벌을 서기도 했을 경우 그래도 정말로 댁의 자녀를 좋아하겠는가? 그리고 내 자녀의 친구들이 내 자녀를 따르고 도와주는 그런 사이가 될 수 있겠는가?

학급 담임을 하고 있다보면 이런 아이들 때문에 무척 속이 타고 신경이 날카로운 경우가 많아진다.

자기 밖에 모르는 아이, 다른 사람을 귀찮게하여 미움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당신의 자녀라면 정말 당신은 댁의 자녀가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겠는가? 댁의 자녀만이 내 자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내 자녀와 함께 공부하는 내 자녀의 친구들이라는 생각으로 바라본다면, 우리 자녀들은 어느 가정에서도 미움 받지 않는 사랑 속에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제발 내 자녀에게만은 특별하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 자녀만 위하는 생각으로 좁게 생각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학교는 가정과 다르게 서로 도와가면서 생활해야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명심하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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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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