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두살 청년이 바친 치자꽃

[나의승의 음악이야기 20]

등록 2003.06.04 09:58수정 2003.06.0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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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한가한 해안가, 부두에 막 도착한 어부의 작은 배 안에 몇 마리의 싱싱한 물고기가 보인다. 마침 그곳에 있던 미국인 은행가는 어부에게 싱싱한 생선에 대해 칭찬을 하고 그것을 잡는데 얼마나 걸리냐고 묻는다.

"얼마 안 걸려요."
멕시코 어부가 대답한다.
"그럼 조금 더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은 생선을 잡지 그래요?"


멕시코 어부는 그것이면 가족에게 필요한 충분한 양이라고 대답한다.

"그럼 남은 시간엔 뭘 하시오?"
"늦게까지 잠자고, 가끔 낚시하고, 우리 아이들과 놀고, 집사람 마리아와 시에스따(낮잠)들고, 매일 저녁 동네 나가 와인 마시고, 친구들과 기타 치지요."

미국인은 조소를 띠며 말한다.

"이거 보시오, 나는 하바드MBA, 당신을 도울 수 있소.

조금 더 오래 낚시를 하고 그리고 나서 어선을 사는 거요, 그렇게 해서 생긴 이익으로 다시 몇 척의 어선을 구입하고, 그러다 보면 마침내 대형 어선을 가지게 될 것이오.


그러면 중간 거래를 통하지 않고 가공업자에게 직접 판매를 할 수 있고, 마침내 당신 자신의 통조림 공장을 오픈할 수 있고, 그러면 당신은 제품과 과정 분배 전부를 직접 조정할 수 있게 되지요.

당신은 어쩌면 이 작은 시골을 떠나 멕시코로 그리고 로스엔젤레스로, 그리고 마침내 뉴욕으로 당신이 확장하는 엠파이어를 경영할..."


조용히 듣고 있던 어부가 묻는다.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걸리는데요?"

"15 - 20년쯤."

"그리고 나서는?"

미국인은 커다란 미소를 띠면서, "바로 그때 적절한 때를 잡아 공고해 회사의 주식을 팔아 굉장한 부자가 되는 거요.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란 말이요."

"그리고 나서?"

"그러면 당신은 은퇴할 수 있지요. 작은 해안가에 이사해 늦게까지 잠잘 수도 있고 낚시를 하고 아이들과 놀고 집사람과 낮잠을 자고 동네에 나가 와인을 마시고 친구들과 기타를 연주할 수 있지요."

한현주의 < On The Road >라는 책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 제목 아래에는 <한 사진가가 기록한 마음의 풍경, 풍경의 마음> 그렇게 되어 있다.

'은행가'와 '어부', 우리는 그중 한 사람일 수 있다.

한때 어부와도 같은 사람이었다가 지금은 유명해진 가수 '이브라임 페레르'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와, 동시에 같은 이름의 음반에 참여했다.

음악을 녹음할 그 때에는 72세였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경제 봉쇄정책'으로 '쿠바'에 병을 주었고, '라이 쿠더'는 B.V.S.C의 사람들에게 '그들 음악의 세계화'라고 이름 붙일, 약을 주었다.

대개의 약이 그렇듯이 부작용이 잇따랐을 것이다. 부와 명예 등이 거기 동반된 부작용이 아닐지.

부에나 비스따 소시얼 클럽 음반의 다섯 번째 곡 '도스 가르데니아Dos Gardenia(두 송이 치자꽃)'의 노랫말은 '로맨틱'하다.

'이브라임 페레르'가 부른 그 '볼레로'를 들어 보면, 그대에게 바친 두송이 치자꽃/ 당신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싶어 드렸지요/ 잘 간직해 줘요/ 당신과 나의 마음과 같으니까요/ 그대에게 준 두 송이 치자꽃/ 내 입술의 온기를 전하겠지요/ 내가 당신에게 주었듯이/ 다른 사람과 포옹했더라면/ 결코 알지 못했을 입맞춤을

꽃들은 당신과 함께 살고/ 마치 내가 말하는 것처럼/ 꽃들이 사랑한다고/ 말하게 되면/ 믿어주세요/ 그러나 어느 늦은 밤/ 치자꽃이 죽어 버린다면/ 당신이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 사랑하게된 것을/ 꽃들이 나보다 먼저/ 알기 때문입니다
(노랫말)

노래를 듣고 나서 우리는, "나라면 72살의 나이에 저렇게 정열의 언어들을 노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장희' 작곡의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라는 오래된 노래가 생각나기도 하고, Elton John의 'Sixty Years On' 이라는 노래도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오마이뉴스 나의승
앞의 얘기로 돌아가서, 누군가 "당신은 은행가의 생각을 좋아합니까? 아니면 단순한 삶의 어부를 좋아하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지 걱정이 앞설 것이다.

다만 '그렇게 했을 때 행복한지, 아닌지'의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N은 한쪽 벽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음반을 가졌다. E는 그에게 물었다.

"몇 장이야?" "약 7000장." "얼마동안 모았어?" "이십 몇 년 걸렸어." "미련하군 바보, 내가 너라면 차라리 작은 라디오를 사겠어."

It's Simple. No Music, No Life. That's My Law. 그러고 보니 그 노래가 생각난다. Give Me The Simple Life.(harry ruby/rube bl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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