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노병이 남긴 명연주

[나의승의 음악이야기21] 칙 코리아(Chick Corea)

등록 2003.06.11 17:49수정 2003.06.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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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Note라는 이름의 재즈클럽은 뉴욕의 명소일 것이다. 그곳에서 60세를 기념하는 공연을 2001년 12월, 약 3주간에 걸쳐서 진행, 녹음하고, 2003년 최근 두 장의 CD로 된 SACD와 CD를 출반한 노장 피아니스트가 있다.

'칙 코리아(Chick Corea)'라는 이름의 노병은 "나는 60세가 아닙니다", "42년의 경력을 가진 18살이죠" 라고 말한다. 살다보면 그와 비슷한 내용의 말들을 간혹 듣게 되겠지만, 그의 말은 우리에게 그가 임하는 그의 삶에 대한 자세에 대한 생각과 감동을 나누어준다.


음반 타이틀은 '랑데부 인 뉴욕(Rendezvous In NewYork)', 20명에 가까운 최고의 즉흥연주가들이 그의 기념무대에 서 주었다. 트럼펫 연주자였던 그의 아버지 아르만도(Armando)에게 바쳐진 '아르만도의 룸바(Armando's Rumba)'로 '뉴욕 랑데부'는 문을 연다.

약 60시간의 연주실황 중에 좋다고 생각되는 연주만을 골라서 출반 되었겠지만, 거기의 모든 연주는 이 시대 재즈의 일면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그것은 현대 <재즈의 현주소>를 알게 해주는 좋은 음반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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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승

두 번째 음악 '델로니어스 멍크'의 '블루 멍크(Blue Monk)'와 세 번째 꼰씨에르또 데 아랑후에즈/ 스페인(Concierto De Aranjuez/ spain), 세 곡은 피아노와 목소리의 '듀엣' 연주, '칙 코리아'와 '바비 맥퍼린'의 창조적이고 익살 넘치는 즉흥연주는 탄성을 부른다.

'칙 코리아'는 '바비 맥퍼린'과 92년, 음반 'Bobby Mcferrin & Chick Corea'에서 '스페인', '블루 보사' 등을 포함한 여섯곡을 출반했고, 96년에는 'The Mozart Session'을 출반했다. 더불어서 '바비 맥퍼린'은 이 시대 최고의 보컬리스트이기도 하다. 거기서 우리는 <재즈연주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과 눈높이를 맞추는가>에 대한 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세 번째의 '스페인'이라는 음악의 '퍼포먼스'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받고 싶다면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반'스페인'이 있고, '짐 홀'의 '꼰씨에르또(Concierto)' 또는 '미셸 까밀로(Michel Camilo)'의 '스페인'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섯 번째 곡 '글래스 인클로저(Glass Enclosure)'를 '비브라 폰'으로 '칙 코리아'와 연주한 '게리 버튼'은 97년 그와 함께 몇 장의 음반을 남겼다.

41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솔로 연주 부문을 수상한 곡 'Rumbata'를 포함해서 '게리 버튼'과의 호흡은 예전부터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게리 버튼'은 과거 '라이오넬 햄튼(Lionel Hampton)'이 그랬듯이, 피아노, 비브라폰, 퍼커션, 드럼을 연주할 뿐만 아니라 작곡 편곡에도 탁월한 음악가이다.


천재들간의 눈맞춤 인지는 몰라도 칙은 게리의 능력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의 판단은 과거의 세션에 근거하는 것 일 것이다.

Two CD중에서 두 번째 CD의 '꼰씨에르또' 즉흥연주는 라틴계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사람인 '곤잘로 루발카바(Gonzalo Rubalcaba)'와의 '듀엣'이다. 두 대의 피아노를 좌우로 놓고, 두 연주자의 Dialogue 형식의 연주는 때로 축구 선수들의 볼 다툼, 또는 정감 어린 대화, 그리고 연극에서의 방백 등을 느끼게 한다.

재즈감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비교청취의 예를 들어보자면 'The Marsalis Family(D.V.D)'의 'A Once In A Life Time'에 나오는 '헤리 코닉 주니어(Harry Conick Jr)'와 '엘리스 마살리스(Elis Marsalis)'의 연주를 접해 보는것도 좋겠고, '까이예 핍티 포어(Calle 54)'(D.V.D)에 나오는, 베보 발데스(Bebo Valdes)와 추초 발데스(Chucho Valdes) 부자(父子)의 연주도 좋을 것이다.

클래식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마리아 라베끄'와 '까띠아 라베끄'의 표현의 폭이 넓은 연주를 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두 번째 음반의 끝 곡 'Quartet No.2. Part 1.'은 <대미'를 장식한다>는 말을 이럴 때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를 생각나게 한다.

마이클 브랙커(Michael Brecker. 테너 섹소폰), 에디 고메즈(Eddie Gomez.베이스), 스티브 겟(Steve Gadd. 드럼) 등과 '칙 코리아'의 연주는 달리 설명이 필요 없는 명연주 그 자체다. <그들은 이미 젊은 연주자들에게 교과서>이기도 하다.

지상 최고의 재즈 클럽 '블루 노트'에서, 42년 경력의 18살 피아니스트와 그의 동료들이 남긴 '랑데부 인 뉴욕' 음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재즈의 현주소를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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