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들의 시골 오일장 나들이

등록 2003.06.10 19:21수정 2003.06.1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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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오늘은 세화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다. 꼬마들이 부푼 가슴을 안고 작은 호주머니에 천원씩을 쥐고 시골 오일장 구경에 나섰다. 세화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잔뜩 들떠 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엄마
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우리 아빠
나는 우리 엄마 아빠가 제일 좋아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종달새가 지저귀듯 차 안에서 떠나가라 부르는 노랫소리가 흥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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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드디어 장에 도착한 아이들은 짝꿍과 손을 잡고 시장 여기저기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생선이 진열되어 있는 곳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꼬마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손가락으로 생선을 쿡쿡 찔러본다.

"애들아, 구경만 해라. 생선 찌르면 손에 냄새 난다."
"예, 선생님!"

대답은 잘하지만 어디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있나. 기어코 생선가게 아저씨가 한마디한다.

"찔렀으면 사야지, 그냥 가면 됨수꽈?"

당황한 꼬마손님들에게 웃음을 짓는 아저씨의 웃음이 정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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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시장에 갈 때에는 밥을 든든히 먹고 가라고 했던가?

아이들은 과일가게나 생선가게는 쉽게 지나가는 듯하더니 여자아이들이 액세서리가게는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작은 장난감들도 함께 걸려 있으니 남자아이들도 합세를 해서 "얼마예요?"를 연발한다.

누군가 하나만 사면 덩달아서 하나씩 살 태세다. 그렇게만 된다면 액세서리가게 주인 아줌마는 꼬마들 덕분에 조금은 신나겠지. 그런데 꼬마들 역시도 보통 손님이 아닌지라 물건값만 물어보고 호주머니 돈을 꺼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혹시나 꼬마 손님들에게 물건을 팔 수 있을까 반가운지 일일이 물건값을 알려주지만 이내 물건값만 물어보자 주인 아주머니는 장사할 생각을 접었는지 일일이 대꾸하기를 그만두고 꼬마손님들이 마냥 구경하도록 놓아둔다.

시골장에는 이런 넉넉함이 있어서 좋다. 애써 호객행위를 하지 않고 넉넉하게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고, 때로는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구경하는 이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해주는 따스한 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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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그렇게 시장을 한바퀴 돌았는데 아이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동물시장(?)이다. 강아지도 있고, 병아리, 오리, 고양이 등등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의 입에서 "야, 예쁘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작은 동물들을 바라보는 눈들이 초롱초롱 빛난다. 아예 자리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시골오일장의 모습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깨끗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현대식 매장의 편리함에 익숙해 있는 아이들에게도 시골오일장 여기저기에 묻어 있는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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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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