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길은 쓸쓸하지만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느릿느릿 박철
내 어릴 적 별명은 ‘미련곰퉁이’였습니다. 아버지가 걸핏하면 나를 그렇게 불렀지요. 한번은 아버지 심부름으로 목사님 댁에 갔는데, 도무지 그 날 심부름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저 목사님 얼굴만 뵙고 돌아왔습니다. 그 날 나는 목사님 얼굴을 뵙고 돌아온 것으로 아버지 심부름을 훌륭하게 마쳤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 착각하고 딴 일을 보고 나서는 호되게 야단을 맞았습니다.
그 날 심부름의 내용은, “목사님, 우리 아버지가 개장국 잡수시러 오시래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한 마디를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누구나 한두 번 정도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도 난감한 적이 많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 집을 나섰을 때, ‘내가 왜 집을 나섰는가?’ 하고 물을 적이 간혹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종종 떠나고 싶은 마음에 집을 나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바르게 살지도 못하면서, 남다른 정신이나 성찰 없이 살아가는 데 있습니다.
성자 <스와미 묵타난다>는 그런 고민에 대해 다음 같은 깨달음을 줍니다.
“여섯 살 때 나는 내가 일곱 살을 향해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곱 살이 되자 나는 언제나 학교를 향해서 가고 있었으며, 그것은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보다 나은 인간이 되었다기보다 나는 현실적이고 영리한 인간이 되었다. 학교를 졸업한 뒤 나는 늘 성공을 향해서, 행복한 미래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내 나이 쉰이 되고 보니, 때로 나는 내 자신이 무덤을 향해서 가고 있다는 참담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순간마다 내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