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순찰원주인 오각수 도날두는 초강경이었였다.
그는 월빙보가 정파무림에서 파견한 조사단에 순순히 협조를 하건 말건, 스스로 악랄한 병장기를 파괴하건 말건 즉각 공격하여 완전한 초토화를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말하길 월빙보 제자들이 항복을 하건 말건 모조리 참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펄펄 날뛰었다.
부성주인 인의수사 채니와 흑령재녀 나이수 역시 강경파였지만 도날두 만큼은 아니었다. 여기에 차기 성주로 내정된 철기린 구신혁이 있었다. 그 역시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여러 호법이나 장로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강경한 입장이었다. 결국 반대한 사람은 조경지와 고파월인 셈이다.
"고 전주, 그리고 조 호법!"
"……?"
자신들을 부르자 고파월과 조경지는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짓고 있는 도날두를 바라보았다.
"성주께서 명을 내리신 이상 이제 우리는 앞만 보고 가면 되오. 두 분 말대로 무림에서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소. 하지만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소?"
"이보시오, 도 전주! 그럼 이번 공격이 아무런 문제도 안 된다는 말씀이오? 당장 점창파와 화산파, 그리고 일월마교와 화존궁이 반대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소?"
"크크크! 그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놈들은 반대만 할 뿐 본성의 일에 간섭하지 못할 것이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그들이 종이호랑이가 아니라는 건 도 전주도 잘 알지 않소이까?"
"크크! 알고 있소이다. 너무 잘 알아서 탈일 것이외다."
"그런데 왜…?"
"크크크크! 누구든 본성의 일에 간섭을 하면 천뢰탄으로 날려버리면 그만이오. 제 아무리 무공이 강하다 하더라도 천뢰탄의 위력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니오?"
"허억! 어찌 그런…"
설마 천뢰탄을 언급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던 조경지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이런 모습을 본 오각수는 괴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크크크! 어느 놈이든 천뢰탄의 맛을 보면 더 이상 본성의 일에 왈가왈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외다."
"이보시오, 도 전주! 어찌 그런…"
"크크크! 무림은 약육강식의 철칙으로 유지되는 곳이오. 약하면 짓밟히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오. 본성의 힘은 무림의 어떤 문파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오. 그러니 고 전주와 조 호법은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도 전주! 그러다가 전 무림이 합세하여 본성을 공격하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그에 대한 복안도 준비되어 있소?"
"크크!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소. 왜 그런 줄 아시오?"
"왜 그렇소?"
"우리가 놈들 가운데 하나를 박살내려 한다 칩시다. 이걸 보고 다른 문파가 도울 것 같소? 크크크! 천만의 말씀! 내 손가락에 박힌 가시는 아프지만 남의 눈에 박힌 들보는 아무렇지도 않은 법이라오."
"그게 무슨 소리요?"
"크크크! 자신들의 세력이 급격하게 약화될지도 모르는데 감히 덤벼들 것 같소? 두고 보시오. 놈들은 제 둥지 안에서만 이번 공격에 반대한다고 떠들다 말 것이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월빙보를 공격하면 그만이오. 아시겠소?"
"……!"
오각수 도날두의 말에 고파월과 조경지는 일순 할말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된 공산이 크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림천자성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던가!
무림천자성에서 천뢰탄을 동원한 공격을 감행한다면 무림의 어떤 문파도 성치 못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폐허가 될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무림천자성에 반기를 들 문파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핫핫!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모두 힘을 합쳐 공격 준비나 철저히 하도록 합시다."
"으으으음!"
조경지와 고파월이 더 이상 반문을 못하자 오각수 도날두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는 살이 포동포동 찐 암 송이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늑대의 눈빛과 같은 광기(狂氣)가 어려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조경지는 내심 속이 편치 못하였다. 자칫 이번 일로 무림천자성이 지금껏 쌓아왔던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잃는 일이 발생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때문이다.
전대 성주인 화롱철신 구린탄이 성주일 때에도 힘을 바탕으로 무림의 패권을 장악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힘을 사용하기보다는 대화를 우선으로 했다.
그래서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는 일월마교와 화존궁도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까지 하였다. 사사건건 대립하던 그들의 태도 변화 때문에 모든 일이 술술 풀려갔다.
덕분에 무림천자성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무림천자성은 더욱 강해졌다.
은자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 쥐뿔도 살 수 있고, 처녀 불알이나 귀신 틀니까지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던가!
요즘은 과거와 달리 금력(金力)이 곧 세력인 세상이다.
평상시 비교적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던 철기린 구신혁마저 이번 일에 강경파로 돌아선 것도 따지고 보면 은자 때문이었다.
장차 자신이 다스릴 천하를 두루 유람하겠다며 길을 나섰던 그는 소림을 비롯하여 구파일방과 명분세가들을 두루 돌아본 바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무당과 소림은 속가 장문인의 여식을 그의 침상에 밀어 넣었고, 아마파에서는 비구니인 여제자를, 그리고 화산파에서는 여도사의 청백을 바쳤다.
명문세가라 하여 예외일 수 없다. 차기 성주인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하여 가문의 여인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골라 그의 수청을 들게 하였다. 그 가운데에는 가주의 천금인 여식들도 상당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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