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이이의 고향이야기. 마터나 문학상위원회. 넝쿨이 이름으로 잘된 작픔을 모아 문집을 만들어 주었다.느릿느릿 박철
아내는 과일을 엄청 좋아합니다. 과일은 다 좋아하는데 제일 좋아하는 게 수박입니다. 자기 말로는 처녀 적부터 수박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여름에 수박 타령을 곧잘 합니다. 우리 내외가 강원도 정선에서 목회 할 때는 경제적으로 과일을 사먹을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아내는 철이 바뀔 때마다. “야 포도가 잘 익었겠다. 여보 포도가 맛이 들었을까요?” “아, 딸기 생각난다. 서울 가서 엄마보고 딸기 사 달래서 실컷 먹고 올까? 차비가 더 들겠네”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수박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아내가 자는 걸 쿡 찌르면서 ‘수박’ 그러면 벌떡 일어날 정도이지요.
강원도 정선에서 목회 하던 시절, 중고등부 애들을 데리고 여름 수련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던 동네에서 산을 넘어 너른 모래사장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이것저것 필요한 걸 샀는데 슈퍼마켓 아저씨가 내가 가난한 전도사인줄 알고
“전도사님, 이 수박 좀 오래되어 수박 꼭지가 떨어진 건데 몇 통 드릴게, 갖다 잡숴보실라요. 깨뜨려봐서 못 먹겠으면 버리세요.”
슈퍼 아저씨한테 오래되어 팔 수 없는 큰 수박을 다섯 통을 얻어 가지고 왔습니다. 그 놈을 흐르는 개울에 담가 놓았다가, 저녁에 밥 먹고 나서 깨트려 먹었습니다. 꼭지가 떨어졌다 길래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얼마나 잘 익었던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다섯 통이 다 잘 익고 맛있었습니다. 그 때 아내가 우리 집 큰아들 아딧줄을 가졌을 때였는데 수박을 열심히 먹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우리집이 정선에서 화성 남양으로 이사를 왔는데, 그 동네는 수박, 참외 농사를 많이 짓는 동네였습니다. 여름철, 교인들이 수박을 잡숴 보라고 갖고 오니, 아내가 신이 났습니다. 매일 두 세 통은 먹었을 겁니다. 그런데 수박도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어야 시원한데 아내가 시집올 때 갖고 온 냉장고는 크기가 쌀통만한 거여서 수박들을 냉장고에 넣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내가 냉장고를 하나 사자고 졸라댑니다. 그런데 살 돈이 있어야지요. 그러던 어느 날, 신문을 읽다가 제약회사에서 문학상 공모가 실린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1등 상금이 백만원이었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주제로 하는 내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