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람들
갈등과 반목, 질시와 싸움은 인간세상이 끝나지 않는 한 지속될 문제다. 오늘도 인류는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숭배하는 신이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하여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을 되풀이하고 있다. 학살과 전쟁이라는 이름의 야만은 공생해야할 사람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생채기를 남겼다.
최근 출간된 스코트 A. 헌트의 <평화의 미래>(김문호 역·아름다운사람들)는 바로 이 학살과 전쟁의 야만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에 관한 보고서다.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미얀마에서부터 베트남과 캄보디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이르는 전세계의 분쟁지역을 발로 뛰며 그곳에서 '평화'를 무기로 야만과 싸우고 있는 성자(聖者)들을 만났다.
헌트에게 '총의 공포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은 평화 뿐'이라는 사실을 들려준 평화운동가들은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를 비롯해, 티베트의 정신적 스승 달라이 라마, 베트남의 틱 캉도, 캄보디아의 마하 고사난다 등 모두 7명.
헌트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것은 물론, 각각의 나라가 분쟁과 내전에 휩싸인 배경 등을 조목조목 짚어냄으로써 <평화의 미래>가 '평화를 위한 역사교과서'로까지 역할하게 만들었다.
평화의 소중함을 설파하는 것이 어디 이 나라들에게만 중요할까? 북핵과 전쟁위협이 날마다 그 강도를 높여가며 이야기되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냉전시대를 사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아래 인용하는 아웅산 수치의 말 역시 '진정한 평화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라는 뼈아픈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평화라는 건 그저 어떤 소극적인 상태만은 아닙니다. 평화란 단순히 폭력이 없는 상태만은 아니지요. 평화란 폭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두려움도 없기 때문에, 다시 말하자면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어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평온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제는 전설이 된 인도의 평화운동가 마하트마 간디의 손녀 엘라 간디(남아공 의회 의원)는 <평화의 미래>를 두고 "행동을 향한 부름이며, 우리에게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영감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
짧은 호흡으로 세상을 읽어내다
- 김종광의 <짬뽕과 소주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