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해주신 오이냉국 맛을 되살리다

<고향의 맛 원형을 찾아서 31>오이미역냉국

등록 2003.07.25 11:36수정 2003.07.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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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미역냉국 완성품-참깨가 씹힙니다.
오이미역냉국 완성품-참깨가 씹힙니다.김규환
시원한 음식을 찾는 계절


긴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끝난 걸까요? 맑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 기분이 좋습니다. 도시 한가운데 살아도 매미소리가 집 안에까지 들려오는군요. 참 정겹습니다.

휴가 계획은 잘 짜셨는지요? 휴가 때만 되면 늘 고민하는 것이 장소 문제입니다. 올해는 고향 마을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가족끼리만 보내기로 해놓고선 막상 하루 이틀 앞으로 다가오니 마땅히 갈 곳이 없습니다. 결국 고향 형님 댁과 아내의 친정을 며칠씩 가 있기로 했습니다. 경비도 줄일 겸해서요.

이번 주말에 먼저 떠납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시고 맛있는 것 많이 드십시오. 떠나기 전에 같이 할 수 있는 요리 한가지를 해봤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방식을 따라만 해도 맛있게 되더군요. 얼음보다 시원한 음식을 드시는 것도 여름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기 재료 중 깻잎은 세장만 덜어내고 양파도 조금만 있으면 됩니다.
여기 재료 중 깻잎은 세장만 덜어내고 양파도 조금만 있으면 됩니다.김규환
국 대신 시원한 미역오이냉국 어때요?

일년 내내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국과 뜨거운 밥이 올라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국 없으면 진지를 거의 못 드셨지요. 국 없으면 뜨거운 숭늉이라도 나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1년 중 며칠은 국 없이도 밥을 드셨습니다.


바로 오이냉국이 나오는 날이지요. 오이냉국과 콩밭 사이에서 햇볕을 덜 받아 웃자란 열무김치에 풋고추 몇 개 있으면 잘 드셨습니다. 우리도 그런 날은 오랜만에 팔팔 끓인 국이나 찌개 대신 냉국에 밥을 먹게 됩니다.

오이 큰 것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예닐곱 식구가 둘러앉아 가족의 정을 침으로 나누며 “후루룩 후루룩” 떠먹습니다. 알싸하고 매콤한 고추씨가 입에 들어와 혀가 알알해지면 얼른 오이 채 몇 개에 국물을 떠먹습니다. 물먹는 것보다는 조금 덜 매운 것으로 중화시키는 게 더 낫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몇 번 떠먹다 성에 차지 않으면 국그릇을 따로 가져와 국자로 떠서 밥을 말아먹었습니다. 얼음 하나 없어도 동네 우물이 영상 3~4도 정도였으니 무척 시원했답니다. 그러니 밥을 말아도 퍼지지 않고 알맹이 그래도 있었지요. 맛도 별미 중 별미입니다. 시원한 냉국에 보리밥을 말면 더 끝내줍니다.

홍고추 맛있는 때입니다. 요리할 때 조금만 썰어 넣어 보세요. 군침이 돌겁니다.
홍고추 맛있는 때입니다. 요리할 때 조금만 썰어 넣어 보세요. 군침이 돌겁니다.김규환
재료준비 3~4인 분

*채소
오이 1개, 미역 1 줌, 파 1/2개, 양파 1/10개, 풋고추(청양) 2개, 홍고추 1개, 생강 손톱만큼

*양념과 기타재료
냉수 소 1병, 얼음, 볶은참깨 1 스푼, 고춧가루, 참기름, 식초, 마늘, 조선간장, 굵은소금 약간


*<오이 고르는 요령>

맛있는 오이는 일(一)자로 쭉 뻗은 것보다는 약간 구부러진 듯 하면서도 거의 일(一)자에 가까운 것이 좋다. 꼭지가 붙은 곳은 진녹색에 가깝고 꽃이 붙어 있던 부분은 연두 빛에 녹색이 조금 섞여있는 단단한 것이면 된다.

너무 얇고 곧게 뻗은 것은 냉국을 만들었을 때 씹히는 맛이 덜하므로 피한다. 조금 센 듯 한 것도 괜찮은데 너무 껍질이 두꺼우면 중간중간 깎아내도 된다.

이렇게 담아 양념을 다하고 뒤적여줍니다. 그 다음이 물 붓는 차례입니다.
이렇게 담아 양념을 다하고 뒤적여줍니다. 그 다음이 물 붓는 차례입니다.김규환
만드는 과정과 방법

(1) 오이 등 채소를 씻어 물기를 뺀다. 미역은 미리 물에 담가 불려 둔다. 담아낼 오목한 그릇도 미리 냉동실에 넣어서 차갑게 해둔다.

(2) 오이를 먼저 약간 엇비슷하게 썰어 길쭉하게 하여 채가 길게 나오도록 준비한다.

(3) 약간은 두껍게 채를 가지런히 썰어 그릇에 담는다.

(4) 마늘 찧고, 양파는 잘게 사각으로 썰고 생강을 다져 그 위에 올리고,

(5) 풋고추, 붉은 고추를 얇게 썬다. 홍고추는 색깔을 내는데도 유용하지만 오히려 풋고추보다 맵지 않고 달짝지근한 맛이 더하다.

*(주의) 고추씨를 빼서 버리는 경우가 많으나 고추에 들어 있는 영양분의 대부분이 이 씨앗에 있기 때문에 버리지 않는 게 좋다. 요리법이 이에 길들여져 있으면 어쩔 수 없다. 하던 대로 하는 수밖에.

먹고 싶으십니까? 꼭 해서 드셔보세요. 미원 등 조미료는 치지 않아도 맛이 납니다. 절대 치지 마세요.
먹고 싶으십니까? 꼭 해서 드셔보세요. 미원 등 조미료는 치지 않아도 맛이 납니다. 절대 치지 마세요.김규환
(6) 지금부터는 양념을 곁들이는 순간이다. 집 간장을 두 스푼 정도 치고, 참깨와 참기름을 붓고 식초를 친다. 양 조절은 참깨 한 스푼 이내, 참기름 반 스푼, 식초 반 스푼 정도면 된다. 참기름을 너무 많이 치면 맛이 느끼해지므로 적당한 선을 넘지 않도록 한다. 고춧가루는 2스푼 정도를 치고 색깔이 나지 않을 때는 나중에 조절한다.

(7) 양념이 다 되었으면 숟가락으로 뒤적여 뚜껑을 덮고 냉동실에 잠시 둬도 좋다. 적당히 시원해졌으면 꺼내서 불려둔 미역을 씻어 잘게 쪼개 담고 물을 붓는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가득 붓지 말고 휘휘 저어 간을 봐가며 조절한다. 너무 싱거우면 굵은 소금을 약간 곁들여도 된다.

(8) 적당히 간이 맞으면 얼음을 띄워 식구 수대로 그릇에 나눠 담는다. 깻잎 두세 장을 채 썰어 넣으면 향이 좋다.

오이냉국에 보리밥 말아 드시면 더 시원합니다.
오이냉국에 보리밥 말아 드시면 더 시원합니다.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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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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