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원하고 맑은 물이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동네는 물바다가 됩니다.김규환
홍수를 즐기는 아이들
그래도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눈이 오면 오는대로 자연에 적응하여 사는 게 사람이다. 아이들은 비를 눈보다 더 즐겼다. 강아지가 눈을 좋아하듯 아이들은 비를 반겼는지도 모른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일만 해 놓고서는 맘대로 놀아도 되었으니 한가한 시간, 무료한 시간을 비와 같이 논다고 하는 게 맞다.
무슨 일을 하다가 비를 흠뻑 맞으면 양잿물과 몽근 쌀겨를 섞어 만든 비누 한 번 칠해 쓱싹 문지르면 목욕을 할 필요도 없었다.
굵은 빗줄기를 타고 올라가던 미꾸라지가 마당 한켠에 떨어져서 요리조리 움직이는 모양새는 어린 아이들 호기심을 무척 자극했으니, ‘어디서 여기까지 날아왔을까?’, ‘물고기는 얼마나 멀리 올라갈까?’, ‘미꾸라지가 하늘에서 떨어진 건 아닐까?’하며 상상의 폭을 넓혀갔다.
까만 고무신 신고 고샅길을 걷다보면 물이 차 오른다. 신발을 벗어 한 짝은 까뒤집고, 나머지 한 짝은 그 위에 꽂아 배를 만들어 흙을 실어 나른다. 위에서 떠내려온 흙을 모아 물길을 돌리며 집 앞에서 시작하여 동네 앞 큰길로 나와 보면 아이들 여럿이 모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