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시사> 여우계단? 돼지계단!

최인수의 <오마이카툰>

등록 2003.08.15 07:25수정 2003.08.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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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수


예고쾌담, 아니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진로를 일찌감치 정한 아이들의 너무나 은밀하고 치밀한 경쟁심리, 그리고 질투와 자괴감을 다룬 공포영화. 그러나 무섭지 않은 데다, 시각적으로는 <캐리>나 <링>이 오버랩 되면서도 딱히 기억에 남는 쇼크는 없는 공포영화.

살인마나 괴물은 바라지도 않았다. 이전의 연작처럼 여고의 기억과 고요하고 특유한 분위기라면 모를까. 우리 영화계에서 <여고괴담> 시리즈가 가지는 큰 의미를 감안할 때, 여러 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나의 경우는 뚱보 혜주에 주목했다. 뚱뚱한 외모에 '왕따'인 여학생이 지닌 슬픔과 자괴감만 세심하게 훑어줬어도, 아니 차라리 처참할 정도로 비극적으로 그려줬어도 좋았을 걸. 대체 혜주가 '가졌음직한' 슬픔은 어디 가고, 그렇게 '우습게' 묘사된 걸까? 좀 '오바'다. 너무 희극적으로 처리되어 버린 '있을 법하지 않은' 캐릭터다. 혜주는 철저하게 어둡든가, 차라리 철저하게 밝았어야 했다.

"별 개연성도 없던데, 왜 꼭 '여우' 계단일까? 돼지계단은 어때?" 영화가 끝난 후, 함께 관람한 후배에게 '딴에는 뼈대있는' 농담을 건네 봤더니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온다. "돼지는 안 무섭잖아요."

a ※ 극중 혜주가 노트에 끄적인(?) 인디-만화풍의 그림은, 따라 그리기도 어려운, 무척 '잘 그린' 그림이더군요. <원작자는 만화가 이애림 씨>

※ 극중 혜주가 노트에 끄적인(?) 인디-만화풍의 그림은, 따라 그리기도 어려운, 무척 '잘 그린' 그림이더군요. <원작자는 만화가 이애림 씨> ⓒ 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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