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나비떼들의 회합.김남희
눈을 뜨니 5시. 오늘은 라오스의 숨겨진 비경이라는 탐롯콩로(Tam Lot Kong Lo)동굴로 떠나는 날이다.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볼 것도 없어 세계에서 가장 심심한 수도로 꼽히는 비엔티엔에서 열흘 가까이 빈둥거리며 놀다가 이제야 다시 짐을 꾸린다.
빽빽한 스케줄에 맞춰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돌아본 후 다음날 다시 짐을 꾸려 이동하는 유격 훈련식의 여행. 이런 여행은 게으른 체질 탓에 원래 잘 못하는 나이지만, 이번에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느리게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루앙 프라방에서 열흘, 비엔티엔에서도 아흐레를 머물렀으니 말이다. 그동안 함께 다닌 에이미는 돈을 찾으러 태국에 가야 하기에-놀랍게도 라오스나 캄보디아에는 단 한 대의 현금지급기도 없다!-우리는 라오스 남부 팍세에서 일주일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잠시 헤어진다.
그사이 한 달짜리 비자가 만료돼 보름간 더 비자를 연장하고, 탐롯콩로에 함께 갈 일행을 구하느라 이제야 움직이게 된 것이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는 일 년 예정으로 동남아 여행을 나온 한국인 대학생 성룡이.
우리는 숙소 앞에 서 있는 툭툭을 타고 터미널로 간다. 6시 정각에 출발한 락사오행 버스는 11시 20분에 나 힌(Ban Na Hin) 마을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이 마을에 숙소라고는 딱 두 개.
그중 한 곳인 시소판 게스트 하우스로 간다. 작은 구멍가게를 같이 운영하는 주인 아줌마께 방을 보여달라고 하니 방은 단출하다. 모기장이 달린 싱글 침대 두 개와 벽에 걸린 선풍기가 가구의 전부고 화장실과 샤워는 공용이다.
방값을 물으니 40000킵(4800원)을 달라고 하는데 주인 아줌마의 영어 실력이 놀랍다.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아줌마가 영어라고는 정말 단 한 마디도 못 하신다. 방값에 대한 의사소통이 손가락을 이용해 겨우겨우 가능할 뿐이다.
예쁘게 웃으며 깎아 달라고 하니 20000킵으로 방값이 떨어진다. 짐을 풀고 우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다. 마을의 끝에서 끝까지 도는데 걸린 시간은 이십 여분. 그 사이 더위는 온 몸에 착 달라붙어 고통스러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