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전쟁 때 주요 폭격 대상지였던 폰사반에는 이렇게 전쟁의 잔해들을 일상에 이용한 경우가 많다. 내가 머물렀던 빈통 게스트 하우스의 간판.김남희
지난 밤,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던지 얇은 이불만으로는 추위가 느껴질 정도였다. 루앙프라방에서 열흘을 머문 후 다시 짐을 챙겨서 폰사반으로 떠난다. 8시 폰사반 행 버스표를 끊고, 주변 식당에서 사온 샌드위치와 우유로 아침 식사를 한다.
라오스로 넘어온 후 처음 타 보는 진짜 버스다! 그동안 내내 트럭만 타고 다녔는데, 버스를 타다니. 에어컨도 없고, 우리나라에서 70년대에나 굴러다녔을 것 같은 낡은 현대차이지만 버스를 탄다는 것만으로 기쁘다.
찌그러지고, 이것저것 떨어져 나간 낡은 버스 안에는 세 대의 선풍기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사람과 짐으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이 가득 차기는 버스나 트럭이나 마찬가지다.
폰사반으로 가는 버스는 내내 고지대의 산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달린다. 도로변으로는 초가를 인 작은 집들이 늘어선 마을이 점점이 이어진다. 어떻게 이렇게 위태롭게 도로와 절벽 사이에 집을 짓고 살 수 있는지 신기하다.
산 사이의 좁은 도로를 곡예 하듯 빠져 나오니 넓은 구릉지대가 이어진다. 폰사반에 도착하니 4시. 12시간 걸린다기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8시간밖에 안 걸렸다.
도로변의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인 항아리평원을 어떻게 갈지 알아본다. 비수기라 그런지 대여섯 군데의 볼 만한 곳을 묶어서 하는 일일 투어가 4명 이상이면 5달러에 가능하다고 한다. 숙소의 외국 아이들을 모아 네 명을 만들어 투어를 신청한다.
눈을 뜨니 6시 반이다. 지난 밤 내내 쥐들이 천장을 뛰어다니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는지. 쥐들이 모기장을 뚫고 내 얼굴로 떨어지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새벽을 맞았다. 라오스에서는 방갈로에서 팔뚝만한 쥐를 봤다는 등, 박쥐가 날아다녔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전설처럼 이어지는데 결코 전설이 아닌 사실이다.
에이미 역시 "너, 밤새 쥐들 뛰어 다니는 소리 들었니?"라고 묻는다. 우리는 서둘러 씻고 가방을 챙긴다.
7시에 시작한 투어의 일행은 에이미와 나, 프랑스에서 온 캐서린과 캐나다인 조, 이렇게 4명. 우선 시장에 가서 아침거리와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항아리 평원 site 1으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