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재판은 엉터리다?

최재천 변호사의 <굿바이 Mr. 솔로몬>

등록 2003.09.17 18:49수정 2003.09.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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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연

한 아이를 두고 두 여자가 "내가 친모"라고 엇갈린 주장을 한다. 난감해진 사람들이 솔로몬왕에게 진짜 엄마를 가려달라고 청한다. 자초지종을 들은 솔로몬은 신하들에게 칼을 가져오게 한 후 "아이를 반으로 잘라 나눠 가지라"고 명한다.

이에 한 여자가 펄쩍 뛴다. "아이를 다른 여자에게 줘도 좋으니 죽이지는 말아주세요." 반면 다른 여자는 별 다른 말이 없다. 두 여자의 반응을 살피던 솔로몬은 아이를 죽이지 말라는 여자를 진짜 엄마로 인정한다. 비록 아이를 뺏길망정 죽기를 바라지는 않는 것이 모정(母情)임을 알았던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현명한 재판의 한 사례로 곧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런데 이 '솔로몬왕의 재판'이 21세기적 관점에서 보자면 "엉터리"라는 주장이 나왔다.

변호사이자 <알기 쉬운 민법> <담배와의 전쟁> 등 다양한 법률서의 저자인 최재천(40)은 "아이를 두 어머니에게 안기거나 젖을 물려 반응을 살필 수도 있고, 주변 탐문을 통해 목격자를 찾거나 친척들의 진술을 듣는 방법도 있으며, 두 어머니가 1주일씩 번갈아 육아를 하는 조정안을 낼 수도 있을텐데 칼로 아이를 자르는 '벼랑 끝 방법'을 선택한 것은 지혜롭지 못한 일"이라고 말한다.

최근 출간된 생활 법률에세이 <굿바이 Mr. 솔로몬>(향연)을 통해서다.

"법은 곧 상식이며, 법전에 있는 법과 시민들의 상식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책을 냈다"고 말하는 최 변호사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생활과 밀접한 각종 법률행위를 알기 쉽고 재밌게 설명해냈다.

책에는 지폐로 화장실 뒷처리를 했을 경우 처벌대상인지 아닌지, 트랜스젠더가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처벌이 가능한지,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왜 가중처벌의 대상인지에서부터 죄형법정주의란 무엇이고, 생물학적 범죄 원인론이란 어떤 이론인지까지가 실례를 통해 설명되고 있다.


<굿바이 Mr. 솔로몬>에서 최재천은 할리우드의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의 성행위를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시작으로 스티브 맥퀸이 주연한 영화 <빠삐용>, 해럴드 다비드의 명화 <캄비세스왕의 재판>, 미술평론가 서경식의 역저 <나의 서양 미술 순례>,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의 <감시와 처벌>까지를 언급하고 있다. 이는 그의 독서편력이 만만치 않았음을 입증한다.

마지막으로 문제 하나.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 앙리 샤리엘의 죄명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굿바이 Mr. 솔로몬>에 있다.

굿바이 Mr.솔로몬 - 최재천 변호사의 법률산책

최재천 지음,
향연,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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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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