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 밑에 지네가 많습니다.김규환
두꺼비의 보은과 지네 설화
동물 보은 담(談) 중의 하나로 '두꺼비가 은혜를 갚기 위하여 지네에게 죽게 된 소녀를 살리고 대신 죽는다'는 내용의 설화로 '지네장터설화' 또는 '오공장터 설화'가 있다.
청주(淸州)의 지네장터에 근거한 유래담과 경기도 개성 서북쪽의 지네산에도 이 설화가 있다. 그밖에도 지명에 관계없이 널리 분포되어 있고 동화로도 보급되어 있다.
"옛날 어느 고을에 가난한 소녀가 살았는데 하루는 부엌에 두꺼비가 나타나 배고픈 기색을 보이자 먹을 것을 주며 잘 보살폈다. 잘 먹은 두꺼비는 크게 자랐다. 그 마을에는 해마다 처녀를 지네에게 바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소녀가 제물로 결정되었다. 두꺼비에게 작별을 하고 지네터(당집 또는 굴)에 들어갔다.
밤중에 두꺼비가 그곳에 찾아와서 같이 있는데, 지네가 나타났다. 붉은 불을 뿜는 지네와 파란 불을 뿜는 두꺼비가 치열하게 싸우자 소녀는 기절하였다. 이튿날 아침 사람들이 가서 보니 두꺼비는 지네와 함께 죽고 소녀는 살아 있었다. 지네가 죽자 우환은 사라졌다.
처녀를 제사지내서 평안을 바라는 인신공희설화는 제주도(濟州道)의 김녕사굴에도 있다. 이 설화에는 지네가 구렁이로, 두꺼비가 제주목사로 되어 있다. 처녀가 살 수 있었던 것은 두꺼비를 키워준 자비심 때문인데, 평소 자기를 사랑하는 소녀를 위하여 죽음으로 보답한 두꺼비의 보은은 두꺼비와 같이 배은망덕하지 말고 항상 보은하여야 한다는 당위를 제시한다.
지네는 수많은 발과 무서운 독을 지닌 점에서 인간을 부단히 괴롭히는 존재, 즉 자연의 공격·재난 및 백성을 괴롭히는 탐관오리나 도둑 같은 불량배로 비유된다. 두꺼비가 파란 불을 지상에서 위로 쏘고, 지네가 붉은 불을 위에서 아래로 쏘는 대결장소가 곡식을 저장한 창고(청주 근처라는 점에서는 물과 불, 또는 풍년과 흉년(가뭄)의 자연대립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이 설화는 자연과 인간, 가해자와 협조자, 사랑과 보답 등의 인간문제를 다루고 있다.
(자료 출처 : 한국사전연구사 간. 국어국문학자료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