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34

세상에 이럴 수가…! (3)

등록 2003.10.06 10:39수정 2003.10.0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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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화원은 차기 성주인 철기린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철기린이 머무는 기린각 뒤에 위치한 이곳에는 천하 각지에서 선발한 많은 여인들이 부푼 꿈을 안고 기거하고 있다.


장차 무림천자성 성주의 부인이 될 꿈을 꾸는 것이다.

성주의 부인이 될 수만 있다만 부귀영화는 따 놓은 당상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천하의 많은 여인들이 군화원을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군화원의 여인들은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금기서화(琴棋書畵)는 물론 요리하는 법과, 바느질하는 법 등 을 배우며, 웬만한 학사 뺨칠 정도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학문을 닦는다. 또한 대인관계를 어찌 하여야 하는지를 학습하며, 수하들을 다스리는 법 등도 배운다.

뿐만 아니라 온갖 방중술(房中術)까지 배우게 된다. 말이야 이렇지만 실상 군화원은 철기린이 마음내키는 대로 꺾을 수 있는 꽃들이 기거하는 곳이다.


현재는 빙기선녀 사지약에게 온 정신이 팔려 있기에 거의 드나들지 않지만 과거에는 제법 자주 드나들었었다.

그곳은 본원(本院)과 별원(別院)으로 나뉘는데, 별원은 한 번이라도 철기린과 잠자리를 같이하였던 여인들만 머무는 곳이다.


아무튼 본원과 별원을 총괄하는 원주는 나이 지긋한 여인이 맡게 되는데 뛰어난 품성과 인격을 갖춘 여인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본원과 별원의 원주들 간에 대대적인 다툼이 있었다. 사람들은 본원과 별원 사이의 알력으로 인한 다툼이라 하였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무림천자성의 장로 가운데 유난히도 색을 밝히는 인물이 있다.

그가 두 여인과 삼각관계 이루었기에 싸운 것이다. 둘은 백주 대낮에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서로 머리를 잡아당기며 싸웠다.

이에 조경지는 무림천자성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두 여인 모두를 파직(罷職)시켰다. 그리고는 누구를 차기 원주로 앉히나 고심하던 차였다.

그러던 차에 방옥두가 죽었다는 보고를 받았고, 그에게 정숙하기 이를 데 없는 연화부인과 수련부인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희대의 색마를 감화시킨 두 여인은 이미 만인의 입에 회자될 정도로 부덕(婦德)이 뛰어나다 소문나 있었다.

방옥두가 죽은 이상 철검당은 새로운 당주가 맡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당주관사를 비워 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연화부인과 수련부인이 졸지에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

어제까지 재상의 부인인지라 감히 넘볼 수 없던 여인이라 할지라도 과부가 되어 버리면 사정이 확 달라진다.

미모가 뛰어날 수록 썩은 음식에 파리 꼬이듯 사내들이 꾀기 마련이다. 은근히 추파만 보내는 자는 그래도 괜찮은 놈이다.

앞뒤 가리지 않는 무식한 놈들은 한밤중에 월담하여 상대의 의사가 어떻든 상관치 않고 강제로 욕심을 채우기도 한다.

그래놓고 책임지는 놈은 개중 괜찮은 놈이라 할 수 있다.

재미만 보고 나 몰라라 하는 놈들이 태반인 세상이다. 그러다 보면 졸지에 아무나 건드려도 되는 노류장화와 같은 신세가 되는 수도 종종 있다.

바람을 막아줄 바람막이가 사라졌으니 개나 소나 마음놓고 건드리기 때문이다.

무림천자성의 총단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것을 잘 아는 조경지는 두 여인을 본원과 별원의 원주에 앉히기로 마음먹었다.

군화원의 원주는 당주급으로 대우되기에 웬만한 자들은 감히 넘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흐흑! 호법의 제의는 고맙지만 사양하겠어요. 흐흐흑!"
"흐흐흑! 그래요. 저희는, 저희는… 흐흐흑!"

연화부인과 수련부인 모두 거절의 뜻을 밝히자 조경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부군을 잃은 슬픔이 무엇보다 클 것이라 짐작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몇 번이나 제의하였지만 번번이 거절되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장례를 치른 후 다시 생각해 보시지요."

조경지가 보기에 두 여인 모두 원주 자리에 관심이 없는 듯하였다. 하여 안타까웠지만 어쩌겠는가!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강제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굳이 원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순간, 연화부인의 귀로 나지막한 전음이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잃어버린 자식을 찾고 싶다면 원주직을 수락하십시오."

느닷없는 전음에 화들짝 놀란 연화부인은 조경지를 비롯하여 그의 뒤에 있는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옥아와 정아에 대해 아는 사람은 방옥두 뿐이다. 태극목장에 같이 갔던 뇌흔조차 옥아아 정아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렇기에 방옥두가 죽은 이상 이제 자식을 영영 찾을 수 없다 생각하여 지금껏 슬피 울었던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자식들에 대하여 아는 듯 하자 놀란 것이다. 하여 두리번거릴 때 또 한번의 전음이 있었다.

"부인, 아무 소리말고 듣기만 하십시오. 소생이 이회옥이 있는 곳을 알고 있소이다. 부인께서 무림천자성을 떠나시면 만나기가 힘드니 일단 군화원에 가 계십시오.

기회가 닿는 대로 자제 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호법께서 다시 권하거든 원주직을 수락하십시오. 아셨습니까?"

전음이 끝나자 연화부인 곽영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 장례를 치러야 하니 일단 시신을 안치시키도록!"
"존명!"

옥졸들이 시신을 수습하는 동안 연화부인은 누가 전음을 보냈는지 알고 싶어 연신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누가 장본인인지를 끝내 알 수 없었다. 이회옥이 돌아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흐르는 눈물 때문이었다.

잠시 후, 규환동은 또 다시 깊은 적막 속에 잠겨들었다.

"흐흑! 아버지, 소자 이제야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흐흐흑!"

이회옥은 모친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대례를 올리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참았던 굵은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철마당주 뇌흔과 철검당주 방옥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이후 무림천자성에서는 연일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연일 맞아 죽은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시신들은 하나같이 퉁퉁 부어 있었고, 시퍼런 멍으로 뒤덮여 있었다.

방옥두와 마찬가지로 지독한 고통을 느끼며 맞아 죽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죽은 자들은 철마당 아니면 철검당 소속이고, 그들 모두 죽은 뇌흔이나 방옥두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이 때문에 형당은 엄청나게 바빠졌다.

가용 인력을 총동원하여 산지사방을 샅샅이 뒤지는 한편 매일 밤 흉수가 나타날만한 곳에 잠복까지 했다. 그러나 끝내 흉수를 찾아내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이 때문에 형당은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그러나 누구하나 나서서 형당을 비난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성주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빙화가 당주라서가 아니었다.

형당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흉수는 단 하나의 실마리조차 남기지 않는 완전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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