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기분 참 좋습니다. 장성군 북일면 금곡영화마을 입구에서. 벼베기가 한창입니다.김규환
금수강산 물이 내리고 단풍 절정으로 치닫는 계절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들녘 누렇더니 이젠 하나 둘 알곡, 열매만 남기고 사라진다. 하늘은 공활하다. 구름 한 자락 없이 푸르디푸르니 가슴이 더 저민다.
붉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은행나무, 복자기, 홍단풍, 당단풍, 고로쇠 형형색색 노랑, 빨강, 다홍, 주황, 보랏빛, 자주색 옷을 입고 나들이 나왔으니 눈부시다. 물빛마저 찬란하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살모사(殺母蛇)나 두꺼비의 희생에 머리가 숙여지듯 풀, 나무도 잠시 커가기를 멈추고 단풍으로 사람 눈을 즐겁게 한다.
분명 잎을 키우고 줄기 마디마디를 굵게 했던 꿈틀거리는 성장은 잠시 휴식을 취하려나 보다. 봄여름 긴 세월 머금었던 물기를 뱉어내고 밑으로 물을 내리는 자연의 이치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발을 흥건히 적셨던 이슬도 이젠 서리가 되어 발을 시리게 한다.
그래! 줄기든, 잎이든 스러지고 떨어져 푹푹 썩어라. 썩어서 퇴비가 되어 씨앗을 보듬고 있다가 땅에 뿌리내리거든 자양분이 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