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42

백악루에 나타난 광견자 (4)

등록 2003.10.24 12:58수정 2003.10.2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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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 시대인 주(周)나라 양왕(襄王) 2년, 송(宋)나라 환공(桓公)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병석에 있을 때 태자인 자부(玆父)는 인덕(仁德)이 있는 서형(庶兄) 목이(目夷)에게 태자의 자리를 양보하려 했으나 목이는 굳이 사양하였다. 하여 자부가 위(位)에 올라 양공이라 일컫고 목이를 재상에 임명했다.


그로부터 칠 년 후, 춘추의 첫 패자(覇者)인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죽고, 송나라에는 운석(隕石)이 떨어졌다. 이를 자신이 패자가 될 징조라 믿은 양공은 야망을 품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여섯 공자간에 후계 다툼이 치열한 제나라로 쳐들어가 공자 소(昭 :孝公)를 세워 추종 세력을 만들었다. 이어 사 년 후에는 송, 제, 초(楚) 세 나라의 맹주(盟主)가 되었다.

이듬해 여름, 양공은 자기를 무시하고 초나라와 통교(通交)한 정(鄭)나라를 쳤다. 그러자 그 해 가을, 초나라는 정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대군을 파병했다.

양공은 초나라 군사를 홍수(泓水:하남성 내)에서 맞아 싸우기로 했으나 적군이 강을 다 건너왔는데도 공격을 하지 않았다.

이에 목이가 참다못해 진언했다.


"폐하! 적은 많고 아군은 적사오니 마땅히 적이 전열(戰列)을 가다듬기 전에 쳐야 하옵니다."

그러나 양공은 듣지 않았다.


"군자는 어떤 경우든 남의 약점을 노리는 비겁한 짓은 하지 않는 법이라오. 그러니 건너올 때까지 내버려두시구려."

양공은 초나라 군사가 전열을 가다듬은 다음에야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 결과 열세(劣勢)한 송나라 군사는 참패했다.

그리고 양공 자신도 허벅다리에 부상을 입은 것이 악화하는 바람에 결국 이듬해 죽고 말았다.


쓸데없는 동정이나 배려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잘 알 수 있는 고사이다.

제세활빈단이 악인록에 이런 구절을 남긴 이유는 개꼬리 백 년 두어봤자 황모(黃毛) 안 되고, 고름은 절대 살이 되지 않으니 추호의 인정도 베풀지 말고 악인들을 제거하라는 의미였다.


― 그나저나 자네는 이런 이야기들을 어디에서 듣는가?
― 헤헤! 몸은 이곳에 있지만 선무곡에는 아직도 제 말이라면 껌벅 죽는 놈들이 좀 있지요.

― 호오! 그래? 누군지 알려줄 수 있나?
― 물론입니다. 조잡재가 있고, 한때 동료였던 최견구도 있습죠.

― 조잡재야 익히 아는 이름이고, 최견구? 최견구? 누구지? 가만 최견구라면… 맞아!
― 혹시 그를 아시나요?

― 하하, 이제 기억이 났네. 전에 선무곡 호법이었던 인물이 아닌가? 그전에는 방조선 밑에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 아, 아시는군요. 맞습니다. 전엔 호법이었지요. 소인과는 방조선 어르신 밑에서 같이 있던 적이 있습죠.
― 흐음! 그래? 그랬구먼…


금대준의 음성은 자신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믿을 최견구에 대해 아는 듯함에 다소 으쓱한 기분이 들었는지 다소 격앙되어 있었다.


― 그러니까 그가 자네에게 이런 정보를 준다고?
― 물론입니다. 그 역시 소인과 마찬가지로 무림천자성의 명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자세가 되어 있습죠. 그래서 소인더러 선무곡의 소식을 대인께 전해드리라고…

― 흐음! 그가 그랬다고? 좋네, 자네의 말을 믿지. 그나저나 자네는 언제까지 여기서 어슬렁거릴 셈인가? 슬슬 돌아갈 때가 안 되었나?
― 물론입죠. 조만간 돌아 가야합죠. 돌아가면 무림천자성에 반기를 들었던 놈들을 모조리 숙청할 생각입니다. 그때가 되면 선무곡을 아예 무림천자성의 쉰한 번째 분타로 예속시켰으면 합니다.

― 뭐라? 선무곡을 본성의 쉰한 번째 분타로…?
― 예! 어차피 주석교를 치고 나면 치안을 위해서라도 적지 않은 정의수호대원들을 파견해야 하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분타로 삼아…

― 흐음! 분타라... 그러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어쨌든 좋네, 심각하게 고려해 보지.
― 하핫! 감사합니다.

― 자, 이건 자네 용돈일세.
― 에구, 뭘 이런 걸 다… 헤헷! 감사합니다요.

― 자자, 오랜만에 만났으니 술이나 한잔하세. 자, 잔을 들게.
― 아이고, 대인께서 친히… 고맙습니다.


이회옥은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금대준의 머리를 박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자가 그런 자리에 있었으니 선무곡이 그 꼴이지. 에이…'

이회옥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작자인가 궁금하여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하여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앗! 당주께서 어떻게 여길... 속하, 비문당(秘聞堂) 부당주 호인기(扈寅奇) 문안드리옵니다."
"아, 부당주이셨구려. 헌데 여긴 어쩐 일로…?"

금대준에게 대인 소리를 들어가며 거드름을 피우던 인물은 비보전주 직속 기관 가운데 하나인 비문당의 부당주였다. 비문당은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각종 첩보를 분석하는 곳이다.

금대준이 제아무리 선무곡에서 목청을 높였던 인물이라 할지라도 무림천자성에 오면 팔대당 소속 부당주의 얼굴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하긴 선무곡 호법이나 장로같이 대외적으로도 인정받는 직책에 있던 것이 아니라 방조선 휘하에서 병부잡이 에 불과하던 자이니 그럴만도 하였다.

전한(前漢) 시대,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을 보면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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