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떨어진 감 하나김규환
간지대와 바구니, 골망태와 띠꾸리(지게에 달린 줄로 짐을 묶을 때 쓰는 질긴 줄), 차대기, 바지게를 준비하여 온 가족 집을 나섭니다. 마른 간지대는 세 개나 챙겨 아버지, 어머니, 형 하나씩 질질 끌고 갑니다. 저는 가도 그만 아니 가도 그만이었지만 제가 빠질 아들이 아니었지요. 아버지가 작년에 만들어 주신 지게를 지고 뒤를 따르겠습니다.
감전지 간지대는 기다란 대 막가지 두툼한 곳을 비스듬하게 낫으로 "촥" 단번에 철겨서(잘라서) 길쭉하게 만들어 쓰던 것이 벌써 이태 째지요. 다음 그곳을 끈으로 묶고 젓가락이나 들어갈 작은 홈을 파면 감 따기에 이만큼 요긴한 물건이 없습니다.
두 분은 밑에 있고 우리 형제들은 2인 1조로 나뉘어 나무에 번갈아 가며 올랐습니다. 둘 중 한 사람은 망태기에 담긴 감을 받아서 아직 붙어 있는 가지와 꼭지를 따서 가지런히 골라 담았지요.